"고교생이 SCIE논문 제1저자라니"···허탈한 의대‧의전원생들
"고교생이 SCIE논문 제1저자라니"···허탈한 의대‧의전원생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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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조차 SCI급 연구기회 극히 드물어···"우리 사기가 어떻겠나"
부산대의전원 "터질 게 터졌다"···의대협 회장 "현 입시제도 손봐야"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같은 의학도로서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심합니다. 이번 기회에 꼬리를 물고 이어온 사회적 병폐를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딸이 고등학생 시절 주요 의학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대‧의전원 재학생들이 동요하고 있다.

예비의사들조차 좀처럼 이름을 올리기 힘든 ‘확장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논문에 의대생도 아닌 고교생이, 그것도 당시 외고를 다니던 문과생이 단 2주만 연구에 참여해 제 1저자 타이틀을 달았다는 데 대해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의료인이 되기 위해 의대‧의전원에서 수학(修學) 중인 학생들은 "의대 교수 밑에서 지도를 받는 입장에서도 SCI(E)급 연구를 진행할 기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상황이 이런데 고등학생 신분으로 논문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반응이다.

의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이번 사태로)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지금처럼 공정하지 않은 환경이 지속된다면 같이 공부하는 의대‧의전원 학생들의 사기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조 후보의 딸 조모씨가 재학 중인 부산대 의전원에선 그 전부터 조씨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소문들이 흘러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유급을 두고 “조국 딸인데도 유급을 시킬 수 있는 좋은 학교”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막상 이번 사태가 터지자 이곳 학생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 중인 B씨는 “조국 후보의 딸이 유급을 당하면서도 장학금을 탄다는 등의 사실은 학생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다른 의전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이번 사태로) 분개해 연락을 해오는데, 막상 우리 쪽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며 태연한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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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정상적인' 입시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치게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다 보니 고등학생을 논문의 제1 저자로 만들어주는 '편법'이 생겨나는 것 아니냔 얘기다. 

전시형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은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는) 정정당당히 공부하도록 유도하기 보다는 고등학생 때부터 의대생도 못쓰는 SCI급 논문을 스펙으로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같은 환경에선 이를 악용하는 소위 '빽'있고 '힘'있는 사람들 때문에 열심히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전 회장은 조국 후보의 딸도 의대협 회원이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공정하게 게임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이라며 "제도나 법적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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