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대는 들어가는 게 능사(能事)가 아니다
[칼럼] 의대는 들어가는 게 능사(能事)가 아니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8.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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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 딸, 스펙 쌓아 의전원 입성해 유급만 2차례···의료인의 무능은 직무유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 모 씨는 대학입시를 시작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 제대로 된 필기시험 한 번 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은 물론 의료인들조차 그런 방식으로 의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예비의사의 길에 진입한 조씨도 수련 과정에서의 시험은 피해갈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류현진의 방어율에 견줄 만한 1점대 학점과 두 차례의 유급이었다. 

한 입시전문가는 “애초 의대 교과 과정을 소화해내기 어려웠던 조 씨가 의전원 입학에 성공한 것은 부모의 사회적 명망에 더해, 일반인들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치밀한 계획과 입시 전략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 중 하나는 의대(의전원)는 들어가는 게 능사(能事)가 아니란 사실이다.

실제로 의대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의사가 되는 과정은 시험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양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전시형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회장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의대 6년간 실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은 250학점에 이르고 의학과 1-2학년 학생의 경우 2년간 시험만 80번 이상을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한 학기에만 중요한 시험을 스무 번 이상 치르는 셈이다. 

더구나 의대에는 다른 과에서는 보기 힘든 ‘유급(留級)’ 제도가 있다. 이 때문에 같이 입학한 동기라 하더라도 졸업 즈음엔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대가 이처럼 엄격한 학사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즉,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배움에 미진(未盡)한 부분이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목숨 걸고 공부한다"는 표현이 의대생들에겐 "'남의 목숨' 걸고 공부한다"로 읽히는 것이다. 

의대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건 단순한 노력 부족이 아닌,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한 현직 의사는 “첫 학기부터 3과목이나 낙제했고 1.13점의 평점을 받았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조씨는) 의대의 학습량을 따라갈 지적 능력이나 멘탈, 체력, 의지 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누군가의 기회를 뺏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의료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현 제도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전시형 의대협 회장은 “이번 사안은 단순히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교육 정책, 입시 정책 등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허점을 이번 기회에 해결해야 학생들이 공정한 사회에서 필요한 가치가 살아있다고 믿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가지, 전국의 의과대학들은 의대란 곳이 '만에 하나' 아무나 들어오더라도 절대로 아무나 졸업해 나갈 수 없는 곳이란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비로소 안심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의사 선생님에게 의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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