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치의 제도’로 불똥 튄 조국 사태…의료계 "유명무실한 어의(御醫)제 유지해야 하나"
‘대통령 주치의 제도’로 불똥 튄 조국 사태…의료계 "유명무실한 어의(御醫)제 유지해야 하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8.28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압수수색서 조국 딸 장학금 교수의 대통령 주치의 선정 관여의혹 제기돼
대통령 건강관리는 의무실장이 담당···일각서 형식적 대통령 주치의제 폐지 주장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조 후보자가 대통령 주치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딸의 장학금 지급을 고리로 부산에 적을 둔 대통령 주치의를 선정할 때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주치의 자리가 마치 '권세' 있는 자리로 인식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이참에 현대판 '어의(御醫)'제도로 불리는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검찰이 조국 후보자 딸의 장학금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과정에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실 컴퓨터에서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강대환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는 데 깊은 일역(一役)을 담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고 TV조선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이런 이유로 현 정권 실세인 조 후보자와 노환중 원장,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 어떤 ‘커넥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한 의료계 인사는 “그동안 대통령 주치의는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소재 병원 의사들이 임명됐는데 현 정권 들어 최초로 청와대와 멀리 떨어진 부산대병원 교수가 임명된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 여러 추측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 제도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도입돼 서울대병원의 내과 전문의가 주로 맡아왔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근(至近) 거리에서 실제로 건강관리를 맡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청와대에 상주하는 의무실장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은 물론 청와대 직원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는 한 달에 한두 번 청와대에 방문해 대통령을 진료하는 게 전부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주치의 선정을 둘러싼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시대에 뒤떨어진 현대판 '어의' 제도인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 제도가 가뜩이나 과거 권위주의의 유산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굳이 논란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 제도가 효용성이 없다는 것은 청와대 스스로도 자인한 바 있다. 현 대통령 주치의인 강대환 교수 임명 당시 '청와대와 양산부산대병원의 거리가 너무 멀지 않냐'는 지적에 청와대가 직접 “평소 진료는 의무실장이 맡고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가도록 돼있고, 강 교수는 병원에 근무하며 정기적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진료할 예정이라 문제없다”고 밝힌 것이다. 

결국 ‘상징적 벼슬’에 불과한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 대학병원들이 자존심 때문에 경쟁을 벌이고, 때론 특정 인맥까지 동원하는 것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없애고 대신 청와대 의무실장을 국군수도통합병원소속 군의관 중에서 발탁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통령 주치의를 따로 두지 않는 대신, 우리의 청와대 의무실장격(格)인 백악관 의사(White House Doctor)를 해군과 공군이 번갈아 맡고 있다. 또 그 밑에 내과와 외과 등 각 진료과목 군의관들이 배치돼 한 팀을 이루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우리도 미국처럼 한다면 국군통수권자의 건강관리를 군이 책임지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고, 그동안 홀대받아 온 군진의학이 발전하여 군 의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