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 측은 “의혹 사실 아니다”라며 단호한 대응 예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딸 조 모 씨(28)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차례 낙제를 하고도 6차례에 걸쳐 장학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미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된 의료인들 입장에선 이번 사태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2010년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고, 지난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문제는 조 씨가 부유한 가정환경과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학교로부터 꾸준히 장학금을 타갔다는 점이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조 씨는 의전원에 입학한 후 첫 학기인 2015년 1학기에 ‘3과목’을 낙제(평균평점 1.13)해 유급했고 2018년 2학기에도 한 과목을 낙제(평균평점 2.76)해 유급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6학기 동안 매학기 빠지지 않고 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산대 측은 조 씨가 받은 장학금이 지도교수가 개인적으로 만든 ‘소천장학회’에서 지급한 것으로 성적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절차상으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의료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조 씨의 소위 '황제 장학금’ 의혹이 불거지자 의사들은 SNS 등을 통해 공분(公憤)을 표출했다. 의과대학 재학시절 경험에 비추어 뼈(?)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의사 A 씨는 “나도 의대를 다녀봤지만 솔직히 3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고 평점이 1.13점이며(2015년), 실습에서도 F학점을 받았으면(2018년) 수학능력도 없고, 성실성도 없으며, 의대 교육 과정을 뚫고나갈 멘탈도 체력도 지적능력도 안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 씨가 부유한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성적 장학금도 아닌 일반 장학금을 6번이나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모 의과대학 교수인 B 씨는 “요즘 장학금은 성적 장학금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추세인데 아버지가 꽤 부자인 조 씨가 장학금을 신청해 6번이나 받았다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기부금에 의해 조성된 장학금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집행하지 말고 그 취지에 맞춰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조국 교수의 딸이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해 소천장학회에서 해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씨에게 장학금을 준 것에 대해 “낙제를 해서 의전원 공부를 아예 포기하려 하길레 ‘포기만 안하면 장학금을 줄테니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자조 섞인 푸념이 나왔다.
의사이면서 만화가로 유명한 C 씨는 “의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유급’제도가 있어 100명의 동기가 입학해도 졸업할 때는 50명 정도 남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출발선에 섰던 레벨이 너무 차이가 나서 이 집단의 오기와 광기에 섞이지 못하면 계속 유급이 되고 만다. 의대는 그렇게 인정사정 없는 참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곳인데 부산대는 내가 나온 의대와 다르게 참 따뜻한 곳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조 씨는 고교 재학 중 한 의과대학에서 일종의 인턴십을 하면서 의학논문에 제1 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나타나 또다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의사는 반어적으로 조 씨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사실을 비판했다. 의사 D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2주 만에 의학 논문을 쓸 정도의 사람이 대학원에서 류현진 방어율 수준의 학점을 받았다면, 그 정도 영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 시험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조소를 날렸다.
전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의사 E 씨는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외고부터 의전원까지 단 한 번의 시험도 없이 입학했고, 고교 시절 단 2주간 연구기관에 인턴으로 근무를 한 후 그 곳에서 발표한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초능력을 발휘했다”며 “과연 이게 의전원 입학에 영향이 없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지인을 이용해 자식을 논문 저자로 등재시키는 건 마음만 먹으면 조국보다 (아는 의사들이 많은)의사들이 훨씬 더 용이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쇠고랑을 찰까봐서도 아니고 불법이 아닌 것을 몰라서도 아니다. 그런 행위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양심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딸 조 씨를 비롯한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조 후보자 측은 20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후보자의 장녀 부정입학 관련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더이상 허위 사실이 유포되지 않기를 바라며, 추후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