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한파경보, 진료복은 땀으로 흥건··· 코로나 거점전담병원의 세밑
바깥은 한파경보, 진료복은 땀으로 흥건··· 코로나 거점전담병원의 세밑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2.3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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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현대병원, 코로나 중환자 등 치료 위해 병상 119개 제공
전문가들, 상종병 아닌 지역거점병원 중심 진료체계 구축 조언
박홍준 단장 "수도권 3~4개 거점병원 구축 시 인력수급도 해결될 것"
박홍준 의협 재난의료지원팀 단장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현대병원. 새해를 목전에 둔 31일 남양주 일대엔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며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이날 오전 8시쯤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을 이끌고 있는 박홍준 단장(서울시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이 방호복을 입고 나타났다. 박 단장은 이날 홍성진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전 중환자의학회장, 가톨릭대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과 함께 이곳에 입원한 중환자들을 치료했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진료를 해야 하는 까닭에, 오전 10시 반쯤 김성덕 남양주 현대병원 의료원장(전 중앙대의료원장·전 대한의학회장)과 향후 치료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잠시 대기실로 나온 박 단장의 진료복은 그새 땀으로 흥건해졌다. 회의를 마치고 중환자 병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무거운 방호복을 입는 데만 10여 분이 소요됐다. 

현대병원은 중환자실 25개를 포함해 준중환자실 18개, 일반 병상 76개 등 총 119개 병상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내놨다. 서울과 수도권의 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환자들을 전남이나 경북에 전원 조치하는 상황에서 경기북부 민간 종합병원 중 최초로 코로나 환자용 병상을 제공해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의료계의 제안에 따라 수도권에 마련된 코로나 거점전담병원이다. 지난 26일 중환자 병상 10개를 먼저 열었고 오는 15일까지 나머지 병상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오후 12시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대기실로 돌아온 박 단장은 “중환자 대부분이 70세 이상 고령의 기저질환자이기 때문에 사망률이 매우 높은데 현재 입원한 환자 중 일부는 치매 증세까지 있어 진료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오늘 중증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선별진료부터 생활치료센터, 전담병상, 중환자 진료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진료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진료시스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환자의학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생사가 경각에 달린 코로나 중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거점전담병원을 마련해 이곳에 중환자 병상과 중환자를 돌볼 의료인력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단장은 “중환자들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는 회복기 병상으로 전원하고 중환자 병상은 신속하게 다른 중환자들을 받을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지역의 중소 규모 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말한다. 코로나 이외 중환자들도 돌봐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 환자 케어에만 집중하게 되면 다른 중환자들의 사망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은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탁상공론식으로 숫자뿐인 병상확보에 급급하기보다는 현대병원과 같은 중소형 지역거점병원을 확보해 필요한 시설뿐만 아니라 의료인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때에 기꺼이 병상을 내준 현대병원과 같은 민간병원들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대병원과 같은 민간 코로나19 병상 모델이 성공하면 앞으로도 수도권에 추가적으로 3~4개 이상의 중소병원이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구축될 수 있어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의 인력수급문제도 훨씬 더 순조롭게 해결되어 사망률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가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일종의 의료 상비군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지난 7월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이 발족했고 현재 전국의 의사회원 1200여 명을 모집해 인력풀을 갖춘 상태다. 재난의료지원팀은 의료인력 지원이 필요한 전국 각지의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전담병상, 중환자 진료실 등에 회원들을 신속하게 파견하고 있다. 

박홍준 단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중수본에서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에 선별진료소부터 중환자 진료팀에 이르기까지 30여 군데에 의료인력을 요청하고 있다”며 “고무적인 것은 우리가 회원들에게 공지를 하면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원자들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연말연시에 위험을 감내하고 적극 참여하는 회원들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덕 현대병원 의료원장(맨 왼쪽)과 박홍준 단장(왼쪽에서 2번째)을 비롯한 의료진이 중환자 치료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잠시 대기실에 모였다. 

31일 중환자 진료를 시작한 박 단장은 설 연휴 동안 병원에서 외부 의료진을 위해 마련한 10여 명 규모의 임시 숙소에 머물면서 환자들을 돌볼 예정이다. 2021년 새해 아침을 코로나19 중증환자들과 함께 맞이하는 것이다. 

박 단장은 “현재 코로나 백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코로나 백신도 중요하지만 이 기회에 정부와 국민 모두가 ‘배려 백신’을 맞는 건강한 한 해를 맞으면 좋겠다”며 “코로나 백신으로 몸을 건강히 하고, 배려 백신으로 마음을 건강하게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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