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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의사가 추천하는 개 구충제?···유튜브 열풍의 명과 암
[신년특집] 의사가 추천하는 개 구충제?···유튜브 열풍의 명과 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0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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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의료인 가세해 정확한 의료정보 확산됐지만 일부 유사전문가가 사실 호도
안아키 한의사, 유튜브에 채널 개설···"가짜정보 선별하고 제재할 장치 있어야"

유튜브에는 전 세계적으로 1분에 400시간 이상의 동영상이 새롭게 업로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일 올라오는 유튜브 동영상 중엔 이제 의료와 관련된 콘텐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문 영역인 만큼,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때 생겨날 파장이 여타 영역보다 더 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칫 잘못된 정보가 몰고 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성 의료인들도 유튜브 대열 합류···의료 유튜브 영향력 확산 

1~2년 전까지만 해도 의료 관련 유튜브를 제작하는 이들은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고자 하는 소수의 개원의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소위 얼리 어답터라 할 일부 개원의뿐만 아니라, 기존엔 유튜브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기성 의료인들도 유튜버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인 척추 전문의인 고도일 원장은 기존에 병원에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과 별개로, 작년 10월부터 '고도일의 허리UP'이란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에 들어갔다. 

또한 속칭 ‘빅5’라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병원들, 종합병원, 전문병원, 동네의원들까지 모든 종별 의료기관들이 유튜브로 집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생산하는 일부 콘텐츠는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진료 여건상 의사와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기 힘든 환자들 입장에서 의료 전문가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는 유익하고 정확한 의료 정보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영향력으로 인해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틈새를 파고 들어 잘못된 정보가 대중들에게 전달됐을 때 그 부작용 역시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일반인들이 으레 의료전문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딱히 전문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이른바 ‘유사 전문가’들이 잘못된 의학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호도해 대중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다. 

특히 의사라고 해도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의사들이 유튜브에 나와 의사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가 개 구충제 복약지도···마땅히 제재할 방법 없어 

의료 유튜브 범람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개 구충제’와 ‘안아키’ 사례라 할 수 있다.

개 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사실인 것처럼 일파만파 퍼지면서 그동안 자포자기하고 있던 말기 암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아보고자 개 구충제를 복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개 구충제' 사태는 지난 해 유튜브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개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실렸고 이를 복용한 암 환자가 완치됐다는 내용의 블로그가 소개되며 해외에서 개 구충제가 주목을 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폐암 말기 환자인 개그맨 김철민 씨가 펜벤다졸을 복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며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펜벤다졸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일부 의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개 구충제 복용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의사 유튜버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3일 복용 후 4일간 복용하지 마라'는 식으로 펜벤다졸 복용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까지 소개해 논란이 됐었다. 이 의사의 유튜브 채널은 펜벤다졸 복용법을 소개한 것을 계기로 구독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부 의사 유튜버들의 주장은 임상시험을 거친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닌, 의사들의 경험에 근거한 일방적인 주장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종양내과학회 등은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펜벤다졸 복용을 중지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실제로 개구충제를 복용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해 입원 치료를 받은 사례까지 속속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때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현대의학을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한다며 어린이 환자에게 예방접종이나 해열제 사용을 금하고 아토피를 방치하도록 하는 등의 행동으로 문제가 된 소위 '안아키' 한의사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해 논란이 됐다. 

이 한의사는 본인이 성분이나 효과성, 안전성이 불분명한 약까지 조제해 팔다가 적발돼 작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한의사의 유튜브 활동을 제재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의료계는 무엇이 국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또 위해가 되는지 제대로 선별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악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는 "(의사를 비롯한) 전문직종의 소셜미디어 사용은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자와 동료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의학정보를 전달할 때는 보다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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