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선진국서 20년 전 퇴출한 ‘ALT 검사’로 혈액 낭비
政, 선진국서 20년 전 퇴출한 ‘ALT 검사’로 혈액 낭비
  • 박한재 기자
  • 승인 2025.10.22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년간 폐기된 약 2억cc 중 32%는 ‘ALT 검사’ 때문
진단검사의학회도 미권고···“간염바이러스 검사에 비효율적”
복지부, 소극적인 태도로 폐지 지연···올해 5월에서야 연구 시작
김선민 의원 “결과 나오는 즉시 혈액안전소위 열어 폐지 결정해야”

정부가 선진국에서는 20년 전 퇴출된 구시대적 ‘ALT(간 수치) 검사’를 여전히 사용하면서, 막대한 양의 혈액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22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폐기된 헌혈은 59만3453유닛으로 분석됐다. 1유닛이 보통 320~400cc의 혈액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억cc(1유닛=350cc 가정) 분량의 혈액이 폐기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폐기된 혈액 중 32.2%인 19만유닛(약 6684만cc)이 국제기구인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권고하지 않는 ALT(간 수치) 검사 결과 때문에 폐기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ALT 검사는 1990년 수혈로 인한 B형·C형 간염 전파를 예방할 목적으로 도입된 검사로, 이후 간염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는 정확도 높은 검사법(핵산증폭검사, 효소면역검사)이 도입되면서 그 유용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이로 인해 WHO는 2010년 ALT 검사를 더 이상 혈액 선별검사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미국·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20여년 전 폐지했다. 

또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역시 “ALT 검사는 간염바이러스와 무관한 원인(운동, 약물, 알코올, 비만 등)으로 상승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실제 감염 여부와 무관한 헌혈자를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본 학회도 간염바이러스 검사 목적으로는 비효율적이므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결국 ALT검사를 폐지했더라면 지난 5년간 낭비된 검사비 약 3억1천만원과 국민의 소중한 헌혈 2억cc를 지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선민 의원은 “대한적십자사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문제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보건복지부 소속 혈액관리위원회의 혈액안전소위원회는 2015년에 실시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ALT 검사의 비효용성을 확인했으나, 당시 ‘국민 혈액 불안감 정서를 고려해 일본과 같이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 후 4년이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지적됐으나 복지부는 또 2년 후인 2023년에서야 혈액관리소위원회를 열었고,‘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또다시 ‘추가 연구’를 결정했다. 

해당 연구는 다시 2년 가까이 지난 2025년 5월에야 시작됐으며, 연구가 끝난 뒤에도 실제 ALT 검사 폐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선민 의원은 “2017년에 이미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하고도 복지부가 8년 가까이 결정을 미루는 사이, 수십만 국민의 숭고한 피가 버려지고 있다. 언제까지 연구를 핑계 삼아 결정을 미룰 것인가?”라며 “올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혈액안전소위원회를 열어 ALT 검사 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