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의식상태 환자, 개인 맞춤형 경두개 직류 자극 치료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 보여
김태우 교수 “정부 지원 통해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도록 노력해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경두개 직류 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으로 1년 이상 지속된 최소의식상태(Minimally Conscious Statea: MCS) 환자의 의식 회복이 확인되며, 의식장애 치료의 새 가능성이 제시됐다.
김태우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소의식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된 환자에 맞춤형 경두개 직류자극 치료를 적용한 임상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태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최소의식상태란 의식장애의 한 형태로, 대뇌의 광범위한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의식장애는 ‘각성’과 ‘인식’의 유무로 구분된다. 최소의식상태(MCS) 환자는 눈을 뜨고 감는 등 ‘각성’은 유지하지만, 자기와 환경에 대한 ‘인식’은 간헐적이며 제한적이다.
최소의식상태(MCS) 환자의 뇌는 정상 뇌와 비교해 구조적·전기생리학적 차이가 뚜렷하다. 근거 기반 치료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도파민 계열 약물인 아만타딘(아만타닌)이 그나마 사용되고 있지만, 근거는 아직 불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진은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바탕으로 뇌 전기자극 치료 계획 소프트웨어인 뉴로핏 테스랩(Neurophet tES LAB)을 활용해 뇌 자극 치료 목표 영역에 최적의 전기장이 생성되도록 전극 위치와 자극 강도를 개별 설계했다.
치료는 크로스 오버 디자인으로 진행됐다. 총 10회 시행됐고, 10명의 무반응 각성 상태 환자와 14명의 최소 의식 상태 환자로 구성됐으며, 해당 기간 작업치료와 물리치료 등 표준 재활치료를 병행했다.
김태우 교수는 “임상 대상 환자가 뇌실복막단락술을 받으면서 뇌실과 뇌구조의 광범위한 변형이 있었고 금속성 두개골 임플란트를 보유해 기존 뇌 전기 자극 치료법의 적용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이었다”며 “정밀하게 치료 목표를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인 개인 맞춤형 뇌 전기 자극(tDCS) 치료를 적용했고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치료 전 수정된 혼수 회복 척도 점수(CRS-R)는 3점이었으나 개인 맞춤형 tDCS 치료가 모두 끝난 후 CRS-R 점수가 17점으로 향상됐다. 환자는 두 달 후 영양을 공급하는 비위관을 제거해 완전히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6개월 후 보조를 받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김 교수는 “혼수 상태에 가까운 환자가 의식을 되찾고 식사와 보행을 하게 된 것은 뇌질환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케이스”라며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의식장애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같은 기술로 뇌졸중 상지 재활에 대해서는 최근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돼 임상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 제도가 확대돼 의식장애를 포함해 다양한 적응증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김 교수는 “혁신의료기술 제도가 도입된 취지는 신의료 기술과 같은 임상 근거 문헌을 요구하기보다는 안전과 남용 가능성이 낮다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tDCS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치료가 아니며 대상 환자군 자체도 명확히 구분돼 있기 때문에 남용 가능성이 적고 많은 손상을 받은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이기 때문에 안전성도 높다. 그렇다면 새로운 의료 기술을 빨리 도입해 활용하는 것이 의료 선진국으로 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태영 뉴로핏 임상연구 이사는 “이번 임상 기술과 관련한 의료기기 허가 및 급여화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5년 이상의 임상시험을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현재는 임상 연구 목적으로만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급한 케이스가 생기더라도 당장 활용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의식장애는 아직 뚜렷한 치료법 없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이를 조절하고 근육이 쇠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리 치료를 하는 정도가 진행된다”며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있다면 의식장애 환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치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들에겐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의료기관, 기업, 정부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치료 대안들이 실제 환자들에게 닿아 새로운 희망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며 간담회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