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행정 효율 중심에서 임상 전문성 중심 체계로 전환 촉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 심평원)의 행정기준 중심 진료비 삭감이 의료계가 비판해 온 ‘심평의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17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진료비 심사 과정에서 환자의 개별 상태나 임상적 필요성보다는 전산 기준과 행정코드 충족 여부가 삭감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 의원이 공개한 심평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체 진료비 심사 건수 약 9억7천만건 중 삭감액은 3382억원에 달했다.
이중 삭감 사유의 약 83% 이상이 ‘요양급여기준 착오’, ‘요양기관 청구 착오’, ‘중복청구’ 등 행정코드 항목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 상태·병기·동반질환 등 임상적 요인에 대한 고려보다 행정기준 충족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소 의원은 “행정 효율만 중시된 심사는 의료 현장의 임상 판단을 왜곡하거나 불합리한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이 충분히 반영되는 임상 중심의 심사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항암제 ‘렌비마(Lenvima)’ 삭감 사건에서는 심평원이 환자의 임상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삭감 결정을 내렸다가, 법원에서 ‘의학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고 패소한 바 있다.
또한, 현행 심사구조가 전산·행정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심사 업무 시 의학 전문가의 실제 참여 비율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평원의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정원은 1090명(상근 90명, 비상근 1000명)이지만, 해당 기간 실제 심사 업무 담당자 572명 중 임상평가가 가능한 의학 전문가의 참여 비율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병훈 의원은 “이러한 불투명한 구조에서는 심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심평원이 전문의 자문비율, 임상검증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임상적 전문성에 기반한 심사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