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 일기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 왜 마음이 아프면 참으려 할까” 정신과 의사 전지현은 그림으로 답한다. 책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는 정신질환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안내서다.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전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성모병원 인턴 과정을 거쳐 전남대병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를 수련했다. 현재는 광주광역시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근무하며 환자들과의 진료와 기록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니너하리’라는 필명으로 SNS와 브런치에서 연재 중인 ‘정신과 의사의 일기’는 그림과 함께 진료실 밖 이야기까지 담아내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강박, ADHD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여전히 오해가 많은 정신과 치료의 실상을 다정한 그림과 비유로 소개한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성격이 바뀌는 걸까?’,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를까?’, ‘진단을 받으면 나중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같은 질문에 저자는 의학적 지식과 진료실에서 얻은 공감을 바탕으로 쉽게 설명한다. 특히 정신과를 찾는다는 것은 “씨앗을 심는 일”이라는 비유는 “지금은 작고 볼품없어 보여도 언젠가 예쁜 꽃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마음의 병을 ‘감기’에 비유한다. 감기에 걸린 걸 누구도 탓하지 않듯, 마음이 아픈 것도 누구의 잘못이 아니며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병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당신 탓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환자만큼 가족도 지치고 아플 수 있기에, 이 책은 환자와 가족 모두를 위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2023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10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특히 자책이나 사회적 낙인, 오해가 정신질환을 더 깊게 만든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뇌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정신과 진료를 ‘특별한 치료’가 아닌 ‘일상적인 치료’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는 정신과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초대장이자 설명서가 되고, 이미 병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정한 동행자가 되어준다.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는 사실을 용기 있게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