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로 밝혀낸 정신 건강의 새로운 길
정신질환의 실체를 밝히는 하나의 키워드, 바로 ‘뇌의 에너지’다. 하버드대 정신과 교수 크리스토퍼 M. 팔머는 20년 연구 끝에 정신장애의 뿌리를 뇌의 대사장애에서 찾는 ‘뇌 에너지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브레인 에너지’는 뇌세포의 대사 과정, 특히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정신질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팔머 교수는 기존 정신의학이 증상 중심의 처방에 머물렀던 이유를 ‘원인 불명’이라는 한계로 지적하고, 정신질환이 뇌세포 에너지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그는 뇌 에너지가 부족하면 감정 조절, 주의 집중, 기억력 등 뇌 기능 전반에 장애가 생기고, 이는 곧 우울증, 불안, 조현병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이 함께 발병하는 이유도 이 이론으로 풀 수 있다. 예컨대 우울증 환자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대사질환을 함께 겪는 것은 뇌와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 모두가 동일한 에너지 시스템, 즉 미토콘드리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머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이야말로 정신질환과 대사장애를 잇는 결정적 연결고리이며, 뇌세포의 에너지 불균형이 만성 질환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미토콘드리아가 단순한 에너지 발전소가 아니라, 유전자 발현, 신경전달, 면역 반응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섬망, 발작, 알츠하이머병 등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직결되며, 회복이 가능한 증상도 있다는 점에서 ‘되돌릴 수 없는 질환’이라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정신질환의 예방과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수면, 햇빛 노출,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일상적인 생활 습관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약물 의존이 아닌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케토제닉 식단이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을 낮추고,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브레인 에너지’는 정신질환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며 기존 정신의학의 패러다임을 넘어선다. 정신과 약물이나 심리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하며, 뇌와 몸, 그리고 마음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정신질환은 더 이상 모호한 증후군이 아니다. 팔머 교수는 단언한다. “정신질환은 뇌의 대사장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