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감정적인 나’를 잘 길들이는 법
누구나 가끔은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다. 정신과 전문의 이치바야시 다이키는 그런 순간을 혼자 견디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는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이치바야시 다이키가 집필한 심리 자기돌봄서로, 병원에 가기엔 애매하지만 마음이 무너질 듯한 순간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그는 쇼와대학 부속 가라스야마 병원에서 근무하며 ‘랜선 정신과 의사’로 활동 중이며, SNS 질문함을 통해 1만 건 이상의 고민을 상담했다. SNS 팔로워 수는 약 8만 명에 이르며, 잡지 〈AERA〉 취재와 NHK 방송 출연 등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대부분 ‘감정’과 ‘이성’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야말로 정신이 병드는 출발점이라고 진단한다. 감정적인 나와 이성적인 나가 분리될수록 생각은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며, 자기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따라서 핵심은 ‘이성적인 나’가 ‘감정적인 나’를 자각하고 길들이는 법을 익히는 데 있다. 이때 효과적인 도구로 ‘징크스 만들기’와 ‘각성 체험’이 소개된다. 징크스 만들기는 반복적인 긍정 행위를 통해 머릿속 흐름을 바꾸는 전략이며, 각성 체험은 감정을 분리해 바라보는 훈련이다.
양극적 사고, 인간 불신, 열등감, 트라우마 등도 중요한 테마다. 예를 들어, “다정했던 엄마가 한 번 화를 낸 것만으로도 미움으로 돌변하는 아이”처럼 감정은 쉽게 흑백논리에 빠진다. 하지만 충분한 애정을 경험하면 아이는 양면의 엄마를 모두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감정의 통합이라는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감정을 억제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흥미롭게도 책 후반에는 ‘머릿속이 망가진 경험’을 직접 겪은 6명의 실제 사례가 등장한다. 관계의 트라우마, 자기비하, 불면, 사회불안 등을 겪은 이들이 감정과 이성을 재조율하며 회복해나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강한 공감과 실질적인 위로를 건넨다. 무엇보다 이 책의 태도는 “너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연대의 메시지에 가깝다. 단단한 조언과 따뜻한 어조가 균형 있게 배합돼 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심리적 침체기를 다정하면서도 실용적으로 풀어낸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유연한 심리 처방전이자, 감정적인 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입문서다. 스스로를 복잡한 감정에서 구해내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겨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