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몸, 내 안의 우주’
[신간] ‘몸, 내 안의 우주’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5.06.25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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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저 | 문학동네 | 516p | 2만3000원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몸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잘 모르는 우주다. ‘몸, 내 안의 우주’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이 생생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신체를 입체적으로 해부하며,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의학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이 책은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가 지난 17년간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자, 의료 현장에서의 치열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대중 의학교양서다. 소화기, 심장, 폐,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내분비계, 면역계, 신경계, 감각기관, 생식기, 죽음까지 총 12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며, 현대인의 일상과 연결된 신체 작동 원리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소화관의 구조는 무려 6.5m에 달하며, 소장은 표면적을 극대화해 거의 원룸 하나 크기(약 30m²)에서 영양분을 흡수한다. 폐는 800만 개의 가지를 뻗어 테니스 코트만큼 넓은 면적에서 산소를 흡수하며, 심장은 잉태 3주 만에 박동을 시작해 하루 10만 번 이상 뛰며 37조 개 세포에 혈액을 공급한다. 이런 물리적 데이터는 장기의 신비를 실감케 한다.

저자는 또한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면 행복하지만 ATP는 어떻게 에너지를 만드는지 모른다’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신체 지식의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인슐린이 없던 1900년대 당뇨 환자들이 식사를 몰래 하면 대사성 산증으로 죽고, 먹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죽었던 사례는 의학이 삶과 직결되는 이유를 각인시킨다. 책은 인간이 흔히 겪는 질환과 증상을 인체 구조와 연결해 해설하며, 왜 숨을 몰아쉬면 어지러운지, 너무 마르면 월경이 끊기는지 같은 궁금증도 명쾌하게 짚는다.

‘몸, 내 안의 우주’는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 각 장은 심폐소생술, 응급수술 등 극적인 상황으로 시작해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저자가 심장을 맨손으로 주무르며 생명을 붙잡는 장면이나,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외치는 순간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생명 현장의 긴장감과 감동을 전달한다. 이런 서사적 장치는 독자에게 의학 지식의 실제적 맥락을 제공하며, 몸에 대한 경이와 존중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마지막 장은 죽음을 다룬다. 저자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비가역적’이라는 표현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세포를 보존하고, 의식을 디지털에 업로드하는 기술이 개발 중인 오늘날, 죽음의 정의는 더 이상 고정되지 않는다. 이는 의학이 단순한 지식이 아닌,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조망하는 학문임을 시사한다.

‘몸, 내 안의 우주’는 의사가 아닌 독자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몸의 작동 원리와 의학의 본질을 일깨운다. “모든 처방은 ‘몸’이라는 우주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몸을 신뢰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당신의 몸에 대한 감탄이 필요한 순간, 이 책은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답을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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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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