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
[신간]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5.06.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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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석·엘런 럽턴 저 | 유엑스리뷰(UX REVIEW) | 416p | 3만6000원
헬스케어 디자인 씽킹 이야기

병원이 진정 ‘잘되려면’ 의료도 디자인돼야 한다.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은 헬스케어 시스템의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 디자인 씽킹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주는 실용서다.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은 현직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헬스디자인연구소 소장인 구본석 박사와 엘런 럽턴 뉴욕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가 함께 쓴 책이다. 환자, 의료진, 보호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병원을 사람 중심 공간으로 전환하는 ‘헬스케어 디자인 씽킹’의 총체적 접근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환자를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 중심 디자인은 의료진의 번아웃을 줄이고, 환자의 감정과 관계를 회복시키며, 의료가 고통이 아닌 돌봄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Why We Revolt’의 저자 빅터 몬토리의 언급처럼, 상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의료진조차 환자를 타자화하게 된 현실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디자인을 통해 그 틀을 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 제품과 기기의 비효율도 날카롭게 짚는다. 경고음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모니터, 사용자가 다루기 힘든 자가주사기처럼 임상 현장은 잘못 디자인된 장비로 가득하다. 이 책은 복잡한 기술보다 ‘사용자 경험’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간단한 디자인 개입이 시스템 전반에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뒷받침한다.

각종 사례 분석도 풍부하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코로나19 위기 당시 디자인 씽킹을 통해 한 달 만에 환자격리후드를 개발해 하루 350명에 달하는 환자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영국 NHS 응급실의 안내문 디자인 개선은 대기 환자 불만을 75% 줄였고, 환자의 위협적 행동도 절반 이상 감소시켰다. 실용적인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에 좋게’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수단임을 증명한다.

의료에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는 시대, 디자인 씽킹은 인간 중심의 시선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진료, AI 의료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혜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닿게 하기 위한 ‘문화적 장치’가 중요해진다. 이 책은 그 해답을 디자인에서 찾는다.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닌 치유의 경험을 설계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면, ‘잘되는 병원을 만드는 디자인’은 매우 유용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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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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