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한민국 출산·출생 팩트체크 문답’
[신간] ‘대한민국 출산·출생 팩트체크 문답’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5.05.1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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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묵·양민희·송정훈·강지윤 저 | 북랩 | 226p | 1만6000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9가지 문답과 해법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출산율을 높이려면 육아휴직을 늘리고 사교육비를 줄이면 된다”는 익숙한 처방에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 나왔다. CBS 노컷뉴스 기자들이 저출산의 실체와 대안을 추적한 ‘대한민국 출산·출생 팩트체크 문답’이다.

‘대한민국 출산·출생 팩트체크 문답’은 2024년 CBS 노컷뉴스 소속 기자 4명이 공동 집필했으며, 현장 취재와 전문가 인터뷰,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파고들고 대안을 모색했다. 저자 중 한 명인 송정훈 기자는 의사신문에서 의료 전문기자로 활동한 이력을 바탕으로, 의학과 보건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취재 전반에 녹여냈다. 현재는 노컷뉴스팀에서 활약 중이며, 의료·사회 이슈에 꾸준히 주목해왔다.

책은 9개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인구 소멸 국가인가?”, “남성 육아휴직이 출산율을 높일까?”, “아동수당이 효과가 있을까?”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한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과의 비교 사례도 풍부하다. 프랑스는 혼외 출생 비율이 62%에 달하지만 출산율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이는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와, 주거·보육·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시스템화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프랑스 연구원은 “출산 예측에서 중요한 건 수치 정확성이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라고 강조하며, 주거 문제와 보육정책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공공사회지출 비율은 GDP 대비 14.8%로 OECD 평균(21.1%)에 크게 못 미친다. 프랑스(31.6%), 독일(26.7%), 스웨덴(23.7%)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두드러진다. 이 책은 이런 수치를 통해 ‘국가의 개입이 실질적이지 않으면 출산은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육아휴직 정책에 대한 분석도 설득력 있게 담겨 있다. 현재 육아휴직 지원 예산은 1조8000억 원 수준으로, 17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투입된 332조 원 중 극히 일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육아 병행을 위한 직접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단순히 저출산을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독자들은 기자들이 쌓아올린 취재 기록과 인터뷰를 따라가며, 수치 이면에 숨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출산율을 단순히 차가운 통계 수치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실제 삶의 조건과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수 있다. 저출산에 대한 뻔한 해석과 진부한 대책에 지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 번 펼쳐 든 책을 쉽게 내려놓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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