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의사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거꾸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도 수도권에 비해 많이 부족”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이성환)가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필수의료 유지·의료공백 최소화 위해 오히려 공중보건의사 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협은 이날 ‘공중보건의사제도는 왜 무너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현 공보의 제도의 문제점을 성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성환 회장이 참석해 발언 후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대공협은 지난 17일 의료정책연구소 용역으로 수행된 설문조사 결과 공보의·군의관 복무 희망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은 복무 기간 단축이다. 대공협에 따르면 현행 37~38개월의 복무기간 기준 복무 희망률은 29.5%에 불과했으나, 24개월까지 줄어들 시 최대 94.7%까지 높아졌다.
이 회장은 이날 “현재 대공협의 제1목표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유지해 의료취약지를 보호하는 것이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군 복무 기간 단축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회장은 현행 공보의 및 군의관 체제의 문제를 3가지로 짚었다. 그는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 △민간 의료기관과의 거리 고려 등 배치 적절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 미비 △지자체의 의료 공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및 공보의로 대처하는 안일함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25학번을 제외한 6개 학년 의대 남학생 수는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공보의 입대 희망률이 30% 안팎인) 지난 설문조사 기준, 대공협은 (향후) 1년간 현역 입대자 5102명 늘어난 7000명에 이를 것으로 산출하고 있으며 이는 공보의뿐 아니라 군의관도 모두 뽑을 수 없는 숫자”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공보의 지원자가 줄어드는 이유 중에는 훈련기간이 공무에 산입되지 않는 현실도 있다고 짚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의 선 배치 후 훈련으로 운영한 것처럼 시기만 달리하면 산입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난해 정부의 ‘공보의·군의관 주 근로시간 최대 주80시간’ 입장 표명 및 의료사고 등에 대한 법적 보호책임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사례로 들며 정부가 공보의를 대하는 태도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더 길고 더 힘들게 일해도 최소한의 보호와 인정조차 바랄 수 없는 그 어떤 직역에도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역과 동일한 18개월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며, 이는 공보의뿐 아니라 의대생들도 동일히 생각한다. 훈련기간이 아쉽게 제외돼 25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해도 공보의는 존속을 위한 개선안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회장은 지역 의료공백에 대해 현재 인원 배치 과정에서 각 지역별 민간 의료 기관과의 거리 등 효율적 배치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는 보건복지부에서 각 시도별 인원 배치를 우선하고, 이후 각 시도청의 주무관이 시군구로 다시 나눠 해당 보건소에서 사실상 관리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운영 지침까지도, 250명이라는 굉장히 적은 수의 공보의가 입대했음에도 ‘인구 30만명 이상 및 광역시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무의미한 기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공보의 운영 지침에 편입된 민간 의료 기관과의 거리 및 월 평균 환자 수 등을 고려하는 기준은 모두 대공협이 제공한 데이터다.
이 회장은 “만약 복지부가 제도 존속의 의지가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최소한의 기준 마련을 했어야 했고, 굳이 대공협이 아니어도 이해당사자 및 지자체 등 어떤 주체와도 적극적으로 논의해 개선했어야 했다”며 “오히려 지자체에서 정부가 지침이나 법령 개정으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지소가 시군 조례에 규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기능을 전환하거나 폐소하려면 지방의회 입법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주민들이 맞이하는 의료 공백은 실재한다”면서도 체계를 바꾸어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면 공보의 복무기간을 단축해도 의료공백이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이 회장은 “최소한 배치해야 하는 공보의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적다”며 “자료에 의하면 반경 1·4km에 민간 의료기관이 있는 공보의들은 보통 일 평균 5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부분에서는 타협해야 하는 지점이 있고, 안타깝게 발생할 수 있는 공백도 있겠지만 육지에 있는 약 80~85%의 보건지소는 의사 없이도 충분히 1차 진료적 영역을 수행할 수 있다고 여긴다”며 강조했다. 이 회장은 “(보건지소 방문자인) 어르신들은 특히 시골일 수록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많고, 굳이 보건소가 아닌 민간 병원에 가도 의료비 부담이 적어 (파주시의) 천 원 택시처럼 읍내로 갈 수 있는 시스템만 잘 확충되면 위기를 넘기기 충분하다”며 “택시 등으로도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상북도 울진군 일부 지역 같은 곳을 고려한 배치 인원은 3개년을 다 합쳐도 최대 250명”이라고 밝혔다.
공공병원 확충 및 공공의료 강화 등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공공성을 늘려야 한다는 점은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공보의로서 3년 근무한 결과 공공성이 담보된 의료를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송대책(닥터헬기) 강화 및 의료 전달 체계 재정립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이 회장은 “공공병원을 설립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방안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라며 “의사를 해당 지역에 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이송 전달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공공병원으로 설립된 진안군의료원은 군이 설립을 추진했지만 중환자들이 도시로 나가거나 사망하고, 경증 환자 비중이 높아지며 중증 환자가 다수 줄었다.
이 회장은 “의료 공백이 없다는 건, 다시 말해 1차 의료 수준에서의 의료 공백이 없다는 뜻”이라며 “우리나라가 지금 이야기하는 의료 공백은 중증 및 응급 환자가 2·3차 병원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멀고 힘들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시골에 2·3차 병원을 만들어도 충분히 환자를 받을 수 없어 적자 폭이 늘고, 가장 큰 문제는 현장에 배치된 의료진이 볼 수 있는 환자 케이스가 줄어들며 술기가 많이 녹슨다”고 짚었다.
이 회장은 “사실 필수의료를 전공한 이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다. 필수의료 전공자들은 돈을 바라고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더 많이 보고 사람을 살리며 그 기술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충분한 환자를 보지 않으면 (기술 유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이동권은 복지와도 많이 맞닿아 있는데, 시골 어르신들은 읍내로 나오는 비용도 많이 아까워 하신다. 이런 부분이 이송체계로 겸해 같이 확립되면 노인 복지 측면에서도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회장은 의료 전달 체계 정립의 필요성에 대해 “거주 지역에서 최종 진료를 받을 수 있어도 2차 병원 대신 광역시로, 광역시 대신 수도권 및 서울로 가는 일을 막는다면 좀 더 효과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의료 공백 방지를 위해 한의사가 경미한 의료행위를 담당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농어촌 지역의 1차의료를 담당하도록 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에서 민간(의사 선발 등) 투자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효용성 없는 보건지소를 줄이고 정말 인력이 부족한지 고민해야 하며 보건진료소에서도 맡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의”라고 선을 그었다.
병역 단축 방안 및 현실성에 대해서는 “지난 2023년 11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법 진행했었는데, 공보의의 복무 기간은 군의관 및 공익법무관, 군 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등과 같이 묶여 있어 공보의만 줄이기는 어렵다”며 “현재 각 직역 대표들과 논의해,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농림부, 법무부와 함께 입을 모아 병무청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입대 예정자들이 직무 교육을 거부하면 현역으로 입대할 수 있다는 벌칙조항을 역이용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질제로 그런 사람은 극소수였고 올해에는 없었다”면서도 “국가 입장에서 대체복무역 대신 현역을 가는 걸 꼼수라고 비하해서도 안 되고, 그게 벌칙이 아니게 느껴질 동안 공보의 제도는 어디에 머물러 있었으며 정부는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군 복무 기간이 실제로 줄어들 때 교육기간 등 함께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의료의 긍정적 인식과, (시골 등) 필수의료 공백에 있어 공보의가 필요하다는 인식 모두 배치 적절성이 확보될 때 선형적으로 늘어난다”며 “진료 환자 수가 줄어드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노인분들은 약 복용 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증상이 변해도) 항상 먹던 약을 그대로 달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그런 교육적인 측면이나 약물 관리에서의 부담이 늘겠지만, 보건지소 대신 보건소에서 근무하거나 의료원에서 근무하면 보건지소에서 볼 수 없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 추이를 분석해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보의들이 복무 후 의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며, 더 다양한 환자를 보고 공보의를 마친 뒤 지역에 남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당겨오는 게 지역 의료 관점에서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민간 의사를 올해 15% 선발하는데, 그런 자리가 열리며 많은 의사들이 지원했고, 이들은 임기제인 공보의와 달리 반영구적으로 해당 지역에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며 “공보의는 지역 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쓰이고, 이후 실제 지역 내 의료 선택에 따라 근무할 수 있는 근무처를 찾는 게 공보의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더 중요한 건, (민간 의사 채용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예측보다 지역에 가는 걸 많이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은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례를 바탕으로 각 지역별 인원 미달로 공공 부문의 배치를 늘려달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어 문제이지 않나”고 답했다.
이 회장은 “의료공백 관련 많은 기사들이 올라온다”면서도 “만약 정말 오래 의료공백이 있었다면, 지자체가 지금이 아닌 3~4년 전 이미 행동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그는 “내가 처음 공보의가 됐을 때만 해도 5년 전에 비해 절반뿐이라 선발을 못 하던 상황이었다”며 “어떻게 보면 (나머지) 절반의 배치 지역에 문제가 생기고, 정말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다면 지자체가 더 나서야 했지만 문제 없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지방에 의사가 많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거꾸로 그 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도 수도권에 비해 굉장히 부족하다”며 “지역에 적을 두고 일하고 싶어도 광역시로, 광역시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원 자체가 많아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일자리가 지역 보건의료기관에서 나온다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