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전공의에게 휘두른 권력은 전근대적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고 10일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겸임 중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정책 결정에서의 거버넌스 구축과 대국민 신뢰도 제고 방안’ 토론회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이관후 입법조사처장,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해당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대한의사협회·대전협이 주최했으며, 의료현장 정상화 및 의료 정책 결정 방향·방식 토론 등을 목표로 한다.
이날 박 교수는 의료 거버넌스 논의 이전 정부의 소통 방식을 먼저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해마다 뉴스위크는 전 세계 최고의 병원을 선정하는데, 올해 250개의 세계 최고 병원 중 우리나라는 16곳이 선정됐고 서울대병원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 민간 사립대학병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지금부터 67년 전 아시아 최고 시설 병원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이었다”며 “(개혁해야 할 곳이) 67년 전 이름도 없던 병원들을 전 세계 최고 수준 병원으로 발전시킨 민간 의사와 민간 의료 기관인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마저 상대적으로 낙후시킨 보건복지부인지 질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인정하듯, 다른 모든 나라들이 계약에 의해 보험의를 확보하는데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부역 같이 민간 의사, 민간 의료기관을 강제로 건강보험에 동원해 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추석에 문을 여는 동네 의원을 강제 지정하겠다 밝히자 한 개원의가 ‘직원이 추석 근무를 거부할 경우 강제 출근과 근로가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며 “보건소는 엉뚱한 답변을 했고 보건복지부는 고용노동부로 문의하라 했으며, 고용노동부는 의료법에 따라 판단하라 답변했다. 모두 책임을 회피한 것이고, 정부가 공언한 공권력 행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추석 때 일시적으로 근로자에게 강제 근로를 시키는 것도 불가한데, 보건복지부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으로 무려 4개월 동안 전공의들의 퇴직의 자유를 박탈했으며, 더 나아가 수련기관이 월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공문을 전송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하지 않으면 월급을 받을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다른 의료기관에 취직할 수도 없게 만들어 놓고 월급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직위해제된 경우에도 봉급의 50%를 한다. 정부가 전공의에게 휘두른 권력은 전근대적 공권력 행사”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해외와 국내의 의료보장을 위한 건강보장 정책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는 생명이 소중하다며 강제로 의료서비스를 싸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보장을 위해 충분한 재정을 투여해 가난한 국민을 돕는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생명이 소중하다며 강제로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어 의료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요양기관을 강제 지정해 모든 의료기관에 강요하며, 의료기관은 박리다매와 비급여 창출 등 교차 보조로 운영된다. 박 교수는 “대학병원 응급실은 너무 힘들고, 전공의는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하는데다 의료민형사 책임이 가중되며 필수의료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 밖에도 정책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박민수 제2차관)의 절차도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행 건정심 절차 기준, 자동차 사고 발생 시 보험가입자와 보험자, 피해자가 각 1표씩 행사할 수 있어 불공정하다. 따라서 보험가입자를 대리한 보험자가 피해자와 일대일로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 공정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응급복부 수술 및 마취료 수가 200% 가산 결정에 대해서도 “어느 날 갑자기 200%를 올리는 건 정상적 행정이 아니다”라며 “올리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왜 그동안 합당한 수가 산정이 안 됐는지 그 근본 구조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향후 의료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공정한 제도에 대한 성찰 △위원회 남용 방지 △의료위기 문제 원인 인식 명확화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의사를 떠나 사회적으로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사람은 없다”는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서 2000명 증원 계획이 발표 1시간 전 처음 등장한 것을 짚으며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허수아비 위원회가 되지 않으려면 합당한 기준을 세우고 존중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의료 접근도, 국민의료비에 미치는 영향, 의사의 지역적 밀도와 생산성, 인공지능 등 의료기술의 발달과 같이 의료인력 추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기준을 세우고, 해당 기준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 중증 응급의료의 공급 부족 문제가 시장 실패 때문이며, 필수의료 문제가 실손보험 비급여와 미용의료 때문이라는 보건복지부의 견해에 대해 “필수의료 위기가 의사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 실패는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이고, 건강보험 수가는 정부가 결정하는데 (그렇다면) 왜 필수의료 파탄이 시장 실패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도 주당 40시간, 52시간 초과근로를 제한해 보호하는 나라에서 주당 80시간, 88시간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 전공의에게 의료위기 책임을 돌리는 건 비양심적”이라고 표했다. 박 교수는 이어 향후 의료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거시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료보장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환자의 선택권과 의학의 발전도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이런 요소를 모두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마무리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