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를 정책으로, 대한의료정책학교 개강
현장 목소리를 정책으로, 대한의료정책학교 개강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5.03.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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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주차 4모듈 강의·실습과 이론 병행 구성
최안나 교장 “의료 살릴 해법, 해결 능력 갖춘 인재 양성”

최안나 前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과 사직전공의 등이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라, 직접 일선 현장의 목소리와 보건현실에 맞춘 정책을 논의하고자 ‘대한의료정책학교’를 30일 개교했다. 의료정책학교는 향후 젊은 의사들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넘어, 정책 및 행정 등 다양한 방향으로 나설 수 있는 시작점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이번 개교식은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에서 오후 2시 열렸으며 최안나 前 의협 대변인 겸 대한의료정책학교장과 박종혁 교감(가정의학과 전문의) 및 각계 인사 등이 참여했다. 학교는 국내 의과대학 휴·재학생 및 의사면허 소지자 중 면허 취득 10년 이내의 젊은 의사, 의료정책에 관심 있는 관련인 등이 참여 가능하다. 학교는 보건의료 분야 정책 교육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교육단체로서, 단순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의료와 보건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정책 제안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사는 △인사말 △개교선언 △내빈 소개 △내빈 축사 및 격려사 △영상인사 △교육과정 소개 △특강 △참석자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김찬규 대한의료정책학교 언론·공보팀장(원광대병원 사직전공의)는 “지난 2월 말 사직서를 내고, 목소리를 낼 곳을 찾으며 여러 노력을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응급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미래 세대 전공의가 하는 정책 제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적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공보팀장은 “당시 발제를 보고 최안나 선생님이 ‘네가 이렇게 불만이 많으면, 의협에서 같이 일하자’ 이야기 해 의사회에서 일하게 됐으며, 당시 우리의 역할은 언젠가 미래에 우리 젊은 의사가 바라는 정책 대안을 제안서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의기투합했던 친구들과 함께 뜻을 모아 학교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 왼쪽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
▲ 왼쪽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장

최 교장은 다음 순서인 개교선언에서 “의료를 살리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 젊은 의사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불안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참담한 상황이며, 의료 현장의 신뢰는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나라 의료를 다시 살리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내가 의협에서 만난 후배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얻은 답은 바로 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의료와 달리 근거와 논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 각계에 미칠 영향력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의료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정치인과, 정책과, 시민 사회의 영향력을 갖고 신뢰와 연대를 이끌어 낼 활동가, 그리고 의료계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개교 취지를 설명했다. 최 교장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 및 현장 의견 수렴의 장 △상호 논의가 오가는 화합의 장 △각계 각층 국민들과 소통하고 세상과 함께 나아가는 장을 추구할 예정이다.

▲ 최재형 前 국회의원
▲ 최재형 前 국회의원

이날 행사에는 최 교장과 박 교감, 사직전공의들 외에도 각 계층의 내빈들이 참여해 축사 및 격려사를 전했다. 먼저, 최재형 前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지난 1년 동안 필수 의료 붕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건강보험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과학적이지 않고 우리(의료계)가 동의하기 어려운 비과학적 의대 정원 증원제 등 잘못된 방향으로 풀어낸 정책에서 비롯된 의료 사태로 세계가 부러워하던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의료계 외부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회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의료계와 함께 고민할 수 있던 상황이었고,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가 의료계의 현실·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있다)”며 “(또한) 의료계 종사자들이 각 분야의 문제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전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나, 정책과 관련된 관심 및 여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최 前 의원은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의료인의 현실을 잘 알고, 의료계는 이것(문제)을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지 잘 알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첫 출발점이 되겠으며, (그런 차원에서) 의료정책학교 설립은 매우 적절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이어 “의료정책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 의료 속 의학이 굉장히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전공의들이 사직하며 발전이 멈췄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과연 왜 전공의를 기르는가, 전공의를 양성하는 이유를 각자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우리가 그만큼 내가(의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의료계 내에는 굉장히 많은 직군이 있다. 전문의도 키워야 하지만 연구도 배우고 있고, 기초역학 분야에서 질병과 싸우는 이들도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각각의 존재 의미를 두고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오로지 의사를 환자 치료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정책을 짜는 것”이라며 “의료 정책이라는 건 겉으로는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굉장히 많은 것이 있다”고 짚었다.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겸 前 월간조선 편집장은 “지난 1년 동안 의료대란을 보며 상당히 미스테리한 점이 있었다”며 “(의사들은) 왜 정치화하지 않고 정치 조직이 되지 않느냐”고 짚었다. 조 대표는 “최 선생은 정책 학교라 했지만, 실은 정치 학교”라며 “신념이 이론화될 때 이념이 되고, 이념이 되면 공동체 위험에 대한 소박한 자각을 갖고 정당성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 이념으로 무장한 사람은 당할 수 없고, 이 학교를 통해 이념을 갖춘 의사들이 양성될 것이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 인사로는 △서영옥 국민의힘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국제관계학 교수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이 각자 인삿말을 전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미래의 대한민국 의료 인재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수고해 주는 여러 정책학교 교수들과 최안나 교장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의료 개혁과 같은) 엄중한 사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모습을 보며, 의료 현장에서 의학 지식뿐만 아닌 의료 정책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훌륭한 학교를 개교함에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장재영 정책학교 교육연구처장(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은 지난해 의협이 젊은 의사를 대상으로 모집한 정책공모전 수상자로 구성된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의 정책 제안이 실제 서명옥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반영된 경험을 밝혔다. 장 연구처장도 “우리 젊은 의사들이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런 기회를) 마련해줄 기틀이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의료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효능감을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 연구처장의 설명에 따르면, 교육 목표는 ‘의료정책에 대한 관심을 함양하고 관련 기초 역량을 습득하게 해 의료정책 개발과 실무에 전문성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4월13일(일)까지 원서를 접수해 서류·면접전형을 거쳐 오는 4월22일(화) 모집정원 총 30명으로 개교할 예정이다. 수업은 총 16주 동안 정책 수업 2주제와 참여형 실습 수업 1주제, 팀 작업 기반 전문위원 피드백 1회로 구성한 모듈 단위 교육을 진행한다.

강의는 △정책 이해 △정책 생산 △정책 결정 △국민 소통 총 4개의 대주제로 운영된다. 멘토로는 △이상돈 前 국회의원 △조 現 조갑제닷컴 대표 △이덕환 前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및 現 기상청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정지태 前 대한의학회 회장 및 現 한국골든에이지포럼 대표 △한 교육평가원 이사장 △홍 한국여자의사회장 및 前 의협 부회장 △곽호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장 △유재일 한국대전략연구소 대표 △조동찬 한국과학기자협회 의학부 등기 이사 등이 참여한다.

마지막 순서로 이날 특강은 정웅기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박사가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응급의학과 의사 겸 사회운동가인 Alister Martin의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정 박사는 Martin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메사추세츠 주 유권자 등록을 도운 것을 계기로 보건의료인들과 연합해 5만명가량의 유권자 등록을 돕고 ‘Vot+ER’를 조직해 사회활동을 병행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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