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선택 동기부여 없어져 소청과, 산부인과에 이어 필수의료 붕괴 우려”
내시경 인증의 자격을 내과학회뿐만 아니라 외과와 가정의학회까지 확대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내과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 세부전문학회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이사장 박종재)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12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달 내에 국가 암 검진 전문위원회를 열고 내년에 있을 5주기 국가 암 검진 평가(2025-2027년)에서 내시경 분야 인력평가 기준을 확대해 내시경 연수교육과 인증 자격을 현재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뿐만 아니라 대한외과학회와 대한가정의학회까지 넓히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와 공단은 이미 지난 10월 15일 개최된 암 검진 전문위원회에서도 이 내용의 안건을 상정, 논의한 바 있다.
이에 소화기내시경학회는 “내시경 관련 국가 암 검진의 질 관리에 역행하는 매우 위험한 안건이 상정됐고, 일방적 투표로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가정의학회가 부여하는 내시경 의사 자격을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시술 자격으로 인정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학회는 소화기내시경 검사는 국가 암 검진 검사 중에서 유일한 침습적 의료행위로 엄격한 교육과정과 내시경 수련, 숙련된 내시경 시술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증하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에 대해 “엄격한 자격을 갖춘 내시경지도전문의 지도와 감독 아래 최소 1년 이상 수련 교육을 받고 엄격한 서류심사, 필기시험, 구술 시험을 포함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의사만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증의 자격증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여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의사에 대해 자격을 갱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증을 받은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는 9466명에 이르며, 매년 300명 이상의 양질의 내시경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한외과학회와 대한가정의학회에서 부여하는 내시경 의사 자격증은 의료 질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외과학회와 가정의학회에서는 체계적인 내시경 교육 없이 단순히 일정 건수의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해당 학회의 일정 연수교육 평점을 받으면 서류 심사만으로 부여받을 수 있고, 대장내시경 폴립 절제술 같은 필수적인 술기 능력도 내시경 의사 자격에 요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자격증의 인증과 갱신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 안전하면서도 양질의 내시경 검사를 담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련 및 교육과정이 불명확한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인증의 부여 자격을 확대하려는 암 검진 전문위원회의 결정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필수 의료와 중증 의료의 핵심인 내과에서는 수련 교육 과정 중 내시경 교육을 반드시 이수한 경우에 내과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고 전문의 취득 후 소화기 내시경 세부 전문의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전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많은 내과 전공의들이 현재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과와 가정의학과 등 특정 학회의 내시경 시술 자격 인증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내과를 선택할 동기부여가 상실돼 이는 내과 전공의 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에 이어서 내과까지 도미노식으로 필수의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정 감사에서 내시경 소독이 적절하지 않은 일부 건강검진 기관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또 지난 2018년 국가 암 검진 위내시경 검사의 경우 위암이 없다고 판정받은 수검자에서 1년 이내 위암 발생이 확인된 환자 수는 1천명당 1.24건이었고 국가 암 검진 대장내시경 검사의 경우 대장암이 없다고 판정받은 수검자에서 1년 이내 대장암이 발생한 환자 수는 1천명당 8.38 건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소화기내시경학회는 “국가 암 검진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에서 엄격한 내시경 질 관리와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 국민은 국가 암 검진 내시경 검사를 하는 의사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있어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는 의사라면 모두가 소화기 내시경 전문 의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2021~2023년에 국가 암 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한 의사의 약 30%(3845명)가 외과나 가정의학과 의사임을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사업에 대한 성과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정하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국가 암 검진에 중요한 질 지표로 삼고 있는 6개 분야(인력, 과정, 시설/장비, 성과, 소독, 진정)에서 일반의사(가정의학과, 외과 등)보다 더 우수하게 내시경 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이는 양질의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검진기관이 충분한 자격을 갖춘 내시경 의사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질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질 관리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인증의 정책 변화는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사업을 무너뜨리고 그 수준을 떨어뜨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철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끝으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뿐만 아니라 대한소화기학회, 대한간학회,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대한췌장담도학회, 대한소화기암연구학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화기내시경간호학회 등 12개 학회와 함께 이번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인증의 정책 변화로 유발될 대한민국의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만약 터무니없는 이런 정책 변화가 강행될 경우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에게 급해 보이지는 않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