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으로 다시 읽는 세기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는 신경과 의사이자 이야기와 신화를 사랑하는 작가 유수연이 우리 시대의 고전 작품을 의학의 눈으로 새롭게 읽어내는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자장수가 왜 미치광이가 됐는지, ‘빨강머리 앤’의 소녀가 어떤 질병과 맞서 싸웠는지,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이 과학적 오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고들며 흥미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익숙한 고전 작품 속 숨겨진 이야기를 의학이라는 독특한 렌즈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색다른 지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책은 단순히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페라와 뮤지컬, 북유럽 신화와 켈트 신화 같은 다양한 고전 이야기들도 다루며,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을 의학적, 과학적 배경에서 조명해준다. 저자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계명의대 동산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다양한 고전 이야기를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글을 꾸준히 연재하고 있으며,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이야기꾼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책은 19세기의 그림자를 해부하는 1부와, 오래된 현재를 탐색하는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19세기 고전 작품 속 비밀들을 의학적으로 재해석하며, 당시 시대적 맥락을 살핀다. 모자장수가 미친 이유는 톱 해트 제조 과정에서의 수은중독 때문이었으며, 성냥팔이 소녀가 환상을 본 이유는 성냥의 백린 중독 때문일 수 있었다.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라 불리는 ‘프랑켄슈타인’이나 팡틴이 앞니를 팔 수밖에 없었던 ‘레 미제라블’의 사건들도 의학적 배경에서 설명한다.
2부 ‘오래된 현재’에서는 옛 신화와 설화들을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해석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녹색 옷을 입은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돈키호테가 사실 루이소체치매 환자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 정신의학 클리닉에서 벌어지는 상담치료로 설명한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의 시선에서 다시 해석되어, 더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어른이 되어 다시 탐구하며, 고전 작품에 숨겨진 의학적 비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익숙한 이야기 속 새로운 해석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교양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