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 영화관으로 간 의사의 독특한 영화독법
‘영화관에 간 의사’는 의학과 영화, 그리고 신화가 조화를 이루는 흥미로운 지식 탐험서다. 영화 속 질병과 신화적 상징이 어떻게 의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신경과 의사 유수연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단순한 영화 해설을 넘어, 영화에 숨겨진 의학적 요소들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제공해 색다른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수연 저자는 어릴 적부터 고대 신화와 판타지 문학, 추리소설을 좋아해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이화여자의대를 졸업해 신경과 전문의가 된 후에도 그 열정을 이어왔다. 현재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활동하며 파킨슨병과 같은 이상운동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의 홍보이사로도 활약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방문교수를 지낸 그는 신화와 의학을 결합해 새로운 관점에서 글을 써왔다.
책의 구성은 21편의 영화와 관련된 의학적, 신화적 이야기를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흥미롭게 담아냈다.
1장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곳’에서는 병원이 공포 영화의 무대가 자주 되는 이유를 분석하며 ‘곤지암’의 으스스한 병원 이미지부터, ‘기생충’ 속 국문광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활용한 사기극이 어떻게 의학적 참사를 초래하는지를 해설한다. 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에서는 생체실험을 통해 나치의 대량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다루며,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를 전달한다.
2장 ‘그들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는 알 수 없는 질병과 그에 대한 의학적 해석을 펼친다. ‘올드보이’의 상상임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척수성 근위축증에 대한 의심 등, 영화 속 인물들이 앓고 있는 병을 설명하며, 독자에게 다양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300’의 피티아 무녀의 예언이 실제로 발작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신화 속 이야기의 의학적 분석도 덧붙였다.
3장 ‘영화 속 질병 이야기’는 영화 속 환자들을 진찰하는 의사의 시선으로 심도 있는 분석을 한다. ‘스틸 앨리스’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따라가고, ‘사랑의 기적’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제 레보도파의 발견 과정을 풀어내며,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살핀다. 또한 ‘매드맥스’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기형아와 백혈병 문제를 분석하며 영화의 배경을 현실적인 의학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4장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에서는 미래 의학과 SF 영화 속 상상을 다룬다. ‘탑건: 매버릭’과 ‘아이언맨’의 의사들이 갖춰야 할 자세부터, ‘엘리시움’ 속 만능 치료 기계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그리는 미래 의학 기술이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구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주인공 벤자민의 신체 변화를 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영화 속 상상력이 의학적으로도 흥미로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영화 속 질병 진찰기’이자, 영화와 의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유수연 저자의 풍부한 의학 지식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의학적 지식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교양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