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진료실 자본론’
[신간] ‘진료실 자본론’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10.3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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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웅 저 | 청아출판사 | 292p | 1만6천원
현직의사의 개원일기를 통해 솔직담백하게 밝히느느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실체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의료 시스템 구조를 마르크스 자본론의 시각으로 조명한 이 책은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인 전영웅 원장은 외과 전문의와 봉직의 생활을 거쳐 개원이라는 결심을 하게 되면서 겪은 다양한 고민과 경험을 통해 의료와 자본의 얽힌 관계를 상세히 풀어냈다. 그는 의료인이자 자본가로서의 이중적 역할에서 비롯된 내적 갈등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이 의료 행위를 어떻게 변질시키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책은 전영웅 원장이 개원을 결심하면서 겪은 일들을 일기처럼 풀어내며, 의료인이 개원을 위해 갖춰야 할 자본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현실을 묘사한다. 의료 서비스가 단순한 치료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의료의 교환 가치와 의료 수가의 구조적 문제,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와 비효율성, 의료인의 노동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모순을 깊이 있게 다루며, 건강보험 제도와 의료 수가 책정 방식의 불합리성이 결국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대한 다각적인 비판을 통해 의료 인력의 단순 증가가 의료 시스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병원 경영자의 입장에서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과 자본주의적 모순을 체험적으로 접근하며, 더 많은 의사가 배출된다고 해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지 않음을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전영웅 원장은 서울에서 수련을 마친 뒤, 제주도로 내려와 개원의가 되었으며 현재 제주시 중산간 지역에서 개인 의원을 운영 중이다. 그는 개원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작은 소망이 자본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현실을 체험하고,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모순을 진단한다. 의사로서의 책임과 자본가로서의 고민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통해 저자는 공공 의료의 중요성과 국가의 합리적 정책이 필요함을 설득력 있게 제안하며, 의료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뿐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관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까지 폭넓게 다루며 독자들이 한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본의 구조 안에서 의료가 놓인 위치와, 국가 시스템으로서의 의료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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