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대한의학(☎02-921-0653) 출간, 489p, 가격 8만원
성별 차이 반영한 맞춤형 의료의 필수 지침서
왜 남성과 여성에게 같은 약이 다르게 작용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여성과 남성의 유전적 차이는 약 1%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의학적으로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적 차이가 1.2%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1%는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의학 연구는 주로 ‘170㎝-65㎏-남성’을 표준으로 삼아 발전해 왔다. 이로 인해 여성은 치료 과정에서 오류의 위험을 안고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가 이끄는 팀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임상영역에서의 성차의학(이하 성차의학)’이라는 혁신적인 교과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의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별에 따른 맞춤형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부터 김나영 교수와 35명의 의학자가 어떻게 성차의학을 발전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 책이 당신의 책장에 있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성차의학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수면제 졸피뎀이다. 졸피뎀 복용 후 여성의 15%, 남성의 3%가 주의력 장애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체지방이 많은 여성의 체내에 약물이 더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성의 졸피뎀 초회 처방 용량을 남성의 절반인 5㎎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또한, 위장질환 치료제 ‘시사프라이드’도 중요한 사례다. 이 약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판매가 중단됐다. 여성은 의약품의 부작용에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성차를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성차의학은 김나영 교수가 지난해 출판한 ‘소화기질환에서의 성차의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세계적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에서 영문판으로 출간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성차의학의 범위를 소화기질환을 넘어 의학 전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병원 소속의 의학자 34명과 함께 각 임상 분야에서의 성차를 정리하고 체계화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임상영역에서의 성차의학’이다.
이 책은 소화기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내분비대사질환, 류마티스질환, 감염질환, 소아정형외과질환(뇌성마비), 외과질환, 정신과 및 신경과질환, 재활의학질환, 응급의학질환, 마취통증의학, 치과 질환 등 임상 전반에서의 성차를 다루고 있다.
김나영 교수는 “의학과 생명과학에서 성차는 중요한 변수이며, 전문가들에게 성차의학의 개념과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기 위해 이번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차의학의 필요성은 실질적인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통증을 느낀다. 남성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반면, 여성은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을 느낀다. 이러한 차이를 알면 응급상황에서 더 빨리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하면 여성 환자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성차의학 연구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위암 등을 연구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대장암에 더 잘 걸리는 이유를 장내 유익균의 차이로 설명했다. 위암에서는 여성의 예후가 좋지 않은 미만형 비율이 남성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는 유익균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이동호 교수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로즈부리아 파에시스(Roseburia Faecis)’ 균주의 치료 효과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추출한 유익균을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법이 효과적이라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균주를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을 앓는 쥐에 투여했다. 그 결과, 장내 비만세포의 수가 크게 감소하고 설사 증상이 개선됐다.
국내에서 대장암 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의 한 해 발생자 수는 3만2751명으로, 폐암을 제치고 국내 발병률 2위에 올랐다. 대장암 발병의 원리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장내 세균'이 대장암 발병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미친다는 사실이 일부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장내 세균과 대장선종, 대장암 발병 관계에서 성별·연령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건강한 여성의 장내세균총에서 발견되는 유익균을 분석해 대장암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Gut and Liver’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성차의학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김 교수는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국내 성차의학 연구는 정책적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최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성차를 고려한 연구가 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성차의학 연구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의대 교육 과정에서도 성차의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7년 대학원 과정에 이어 2018년 서울대 의대에 ‘성차의학’ 과목을 개설했다. 이 수업에서는 소화기, 심장, 간 질환 등에서 남녀의 차이를 다루며, 학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성차의학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유리하다. 예를 들어 전체 유방암 환자 중 남성 비율은 0.5%로 적지만,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으며, 남성 유방암 환자는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다. 노인성 가려움증은 남성이 훨씬 심하게 겪는데, 이러한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
김나영 교수의 ‘성차의학’은 성별에 따른 맞춤형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필독서다. 성차의학의 연구 동향과 실제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나영 교수가 주도한 성차의학 연구와 ‘임상영역에서의 성차의학’ 교과서는 성차의학이 정밀의학과 맞춤형 의료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차의학은 단순히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을 고려하여 모든 사람에게 더 적합하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성차의학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성차의학’은 성별에 따른 맞춤형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필독서다. 성차의학의 연구 동향과 실제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을 통해 성차의학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