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의료'···의료 관련 예산 확대에 최선”
“'최고의 복지는 의료'···의료 관련 예산 확대에 최선”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4.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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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인터뷰]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국민 시선 되돌리기 위해 노력”
투쟁 일변도보다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회’···동창·동호회 통해 회원 참여 늘려
건보국고지원,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의사 법적 책임 완화해야 필수의료 강화
의사 정당은 사회적 고립 초래, 의사 노조 설립해야···강제지정제 헌법소원 검토

“최고의 복지는 의료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보건복지 예산은 복지에 치중돼 왔지만 앞으론 의료 관련 예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당선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임기 내 주요 추진 과제를 밝혔다. 모든 대관업무에 있어 ‘최고의 복지는 의료’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 의사회에 구축된 이미지인 ‘투쟁’이라는 프레임에만 갇히지 않고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회’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역대 서울시의사회 집행부 앞에 수식어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황규석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제36대 집행부에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어떤 집행부보다 강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외에도 당선 공약사항인 서울시의사회관 신사옥 건립 계획도 서울시와 긴밀히 논의하며 진행 중이고, 의대 동창회와 동호회를 적극 지원해 회원들의 의사회 참여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석 달째 계속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인한 의-정 간 대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건보법에 명시된 정부의 건보재정 국고지원 책임 이행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 등의 조치가 시급하며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의대정원 증원 없이 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만을 위한 정당 설립은 의료계를 사회적으로 더 고립시킬 수 있고 이보다 현 상황에선 의사 노조를 합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소신도 밝혔다. 

△다음은 황규석 회장과 기자단과의 일문일답

Q. 경선 끝에 서울시의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당선된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애초 5표에서 10표 이내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훨씬 더 많은 표차로 이겨 저 스스로도 놀랐다. 선거 당일 투표 직전 163명의 대의원의 눈을 직접 바라보며 연설할 기회가 있었는데,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보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회장 선거에서 약속한 공약 중, 서울시의사회관 신사옥 사업을 내세웠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A. 지난 4월 30일 당선되자마자 3일 후인 5월 2일에 총무부회장, 의무이사와 함께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시장과 애초 예정된 20분을 넘겨 40분 동안 간담회를 했다. 그런데 뜻밖의 답변을 받았다. 애초 서울시의사회관과 회관 앞의 도로변 공원 부지의 면적이 비슷해 위치를 교환하고 원래 자리에 5층 규모의 지역민 스포츠시설을 지어주기로 계획했는데 서울시에서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공원만 있으면 된다고 한 것이다. 이로써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그 말을 듣고 굉장히 가슴이 뜨거웠다. 현재 공식적으로 집행부에서 회관신축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고, 대의원회에도 위원 추천을 해달라고 전달한 상황이다. 창립 109년의 서울시의사회 역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Q. 회관 신축 이외에 주력할 회무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A. 건축법상 현재 서울시의사회관 부지에는 18층까지도 신축이 가능하다. 회관 신축이 완료되면 약 10년 정도는 임대 수익을 통해, 회비를 안 받아도 될 만큼 재정상태가 좋아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두 번째는 참여 회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사실 회원들은 의사회가 먼저 다가가 손잡아주기만 하면 반응한다. 그렇지만 4만여 서울시의사회원을 모두 찾아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는 없고, 대신 동창회와 동호회를 지원하고 활성화시켜 회원을 늘리려고 한다. 의대는 워낙 동창회가 끈끈하기 때문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의과대학의 총무와 명단 등을 파악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없어진 테니스, 바둑 등 각종 동호회도 작게나마 지원금이라도 드리면서 활성화시킬 것이다.

또 의사회원뿐만 아니라 각 직역단체가 요양기관 개설 시 지역회를 반드시 경유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관련 조례를 만들 수 있도록 서울시 및 서울시의회와 적극 소통 중이다.

이밖에 커뮤니티케어에 있어서도 최고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며 이를 위해 ‘지역의료연구회’를 발족시켜 대안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또 열악한 의사신문사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당선되자마자 제약회사 사장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있으며, 없어졌던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의 해외의료봉사도 오는 8월 재개할 예정이며, 이밖에 동경의사회, 대만의사회 등과의 교류도 재개할 예정이다.

Q. 공약으로 책임부회장제를 약속했고 현재 집행부 인선을 마친 상황이다. 부회장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우선 임현선 총무법제부회장은 40개 의과대학 동창회 및 동호회 활성화를 위해 현황을 파악 중이다. 

법제부는 면허박탈법 개정 TF, 자율권 확보를 위한 과감한 자정노력(전평제 활동 강화), 서울중앙지검 유대강화(서울지검 의료감정위원회 설치) 등에 집중하게 됐다. 

학술부는 학술대회 활성화, 감염병 등 대비 시민 건강능력 향상 지원사업을 하게 되고, 의무·정책부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가칭 '서울시의사회 지역의료 연구회' 구성, 의료기관 개설 시 의사회 경유 방안 마련(개설에 필요한 교육 대행 조례 제정), 지역의료 관련 예산 확보, 마약중독 재활교육 예산 확보 등을 추진한다. 

보험부는 보험제도 및 의료 관련 정책제안, 공보부는 적극적인 광고유치를 통한 의사신문사 활성화, 홍보부는 언론 및 대국민 홍보와 모니터링 강화, 유튜브 채널 활성화 등을 진행 중이다. 또 섭외부는 상임이사 유대강화, 대외협력부는 세계화 및 봉사활동 강화와 이를 위해 도쿄의사회 및 타이페이의사회와 교류, 외국 의료봉사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Q. 서울시의사회는 의료인 면허취소 관련 개정 의료법과 비대면 진료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대응을 이어 왔다. 신임 집행부의 향후 대응 방향은?

A. 임현선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관련 TF를 발족한 상황이며 각구의사회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의협이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이고 의협의 행보를 기다려야 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면서 의협을 적극 지원하겠다.

Q. 전임 박명하 회장의 의사 면허 정지로 서울의사회가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되고 있나?

A. 서울시의사회를 대표해 투쟁을 하다 불이익을 받으신 것이기 때문에 대의원회에서 위임받은대로 당연히 지원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는 10일 열리는 상임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Q. 임현택 의협 집행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부회장단 구성에 있어 16개 시도의사회장단과 소통이 좀 더 원활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 할 분들과 집행부의 거리를 줄여야 한다. 상임이사회 시간도 저녁으로 바뀌어서 회무 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인사들을 만나기 어려워졌는데 다시 아침 시간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인한 의-정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있다면?

A. 차라리 국민들에게 묻는 게 나을 것이다. 설문조사만 봐도 국민들도 필수의료 개선을 위해 지금보다 더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보재정 내에서만 해결하려 하는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세금이든 다른 방법이든 다채로운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당장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의무부터 실행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역의료문제는 의료전달체계만 정상화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당장 이번 의료농단 사태에서도 얼마나 의료전달체계가 중요한지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수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구급차를 타며 봉사를 하고 있는데, 의료농단 사태 이후 출동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는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국민들이 구급차 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깨어 있고 이러한 국민의 마음을 정부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들이 몸소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또 모든 정치인들이 의료를 공공재라고 말하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공공재답게 의사의 의료행위 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마땅히 면책을 해 줘야 의사들이 위축되지 않고 소신 진료를 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의대정원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필수의료가 살아나면 의대증원도 필요없어질 것이다. 

Q. 의대증원 관련 잉여 투쟁기금이 각 시도의사회로 반환된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 대원칙은 투쟁성금의 절반은 전공의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남는 금액은 투쟁에 쓸 것이지만 머리띠 두르고 거리에서 시위를 하던 지금까지의 투쟁 방식과는 좀 달라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투쟁 목적은 의사들이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받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며 꼭 투쟁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Q. 의대정원 증원 사태로 인해 사직한 전공의들을 의협 등 각 지역의사회에서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의사회에선 어떤 지원책을 마련 또는 고려 중인가?

A. 변호사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하다 자칫 회무를 중단하게 되면 이것도 회원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억압이 있더라도 회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사정의 칼날이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일단 직접적 지원은 지양하고 더 현명한 방법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각 수련병원의 의국이 전공의 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투쟁성금이 많이 있다고 해도 사실 전공의 1인당 10만 원씩 지원하면 모두 없어지는 규모이기 때문에 전체를 대상으로 균등하게 나눠주면 무의미하고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Q. 의료공백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한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실제 지역 개원가 회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전공의 및 의대교수 사직으로 인한 대형병원 의료이용 제한으로 인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반대를 이해시키기 위한 의료계의 현실적 명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무엇보다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은 바꿔야 한다. 반대할 사회적 명분도 없고, 의사들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본인 확인이 어렵고 진료 이후 발생하는 법적 책임 문제도 있어 보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대면의료를 시행함으로써 플랫폼업체에 의료기관이 종속돼 의료의 가치를 훼손하는 상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국민 편의를 위해 비대면 진료에 의료계도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의협은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세력화는 지역 풀뿌리 기반이 중요하다. 의사의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의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A. 시도의사회는 지역 정치인과 개별 접촉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의사만을 위한 정당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의료계를 더 고립시킬 수 있다. 저는 현상황에선 그보다 의사 노조 설립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합헌인 국가다. 이는 국가에 의료기관이 종속돼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의사 노조 설립도 합헌이라는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검토해 보려고 한다. 이게 받아들여지면 의사 노조 설립이 가능해질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헌재는 강제지정제를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결국 두드려야 문이 열린다. 

Q. 서울시의사회 회장에 이어 의협 집행부 부회장도 맡았다. 의료 현안이 무거운 만큼, 어깨도 무거울 텐데, 회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당연히 무게를 짊어지겠다고 생각하고 회장직에 출마했고, 다앙한 의견을 경청하며 회장을 위한 회장이 아닌 어떤 형태든지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물을 보여드릴 것이다. 무엇보다 14만 의사들의 마음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의사회가 됐으면 한다. 현재의 의료농단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가 무너지면서 상처받은 건 의사들이지만, 그 상처로 인한 궁극적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지금이라도 젊은의사들이 받은 상처를 보듬을 수 있도록 국민의 따뜻한 시선을 되돌리는 데 주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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