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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간단하지만 무척 강력한 도구”
“글쓰기는 간단하지만 무척 강력한 도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9.21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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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의학도 수필공모전 대상 방승아 학생(순천향의대 2년)
수필 처음이지만 블로그로 일기 써···“의사가 돼도 계속 펜 쥐고 싶어요”

“의대에 입학할 때부터 항상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 중 인문학적 감성을 지닌 의사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성취한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최근 개최된 ‘2023년 제13회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 시상식 및 수필 심포지엄’에서 ‘독 그리고 현미경 표본’이라는 수필을 통해 대상을 수상한 방승아 학생<사진, 순천향의대 2학년>은 당시 수상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학업성적이 뛰어난 많은 학생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그 역시 어렸을 적부터 독후감이나, 동시, 삼행시 등의 대회에서 종종 상을 받았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교내 대회에서 몇 번 수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수필은 이번에 처음 써본 것이라고 했다. 처음이긴 하지만 평소 블로그에 일기를 많이 쓰며 힘든 일이 있을 때 글로 풀어내면서 감정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하니 아마도 이러한 습관이 알게 모르게 이번 수상에도 도움을 준 게 아닌지 모르겠다. 

방승아 학생의 수상작 ‘독 그리고 현미경 표본’에 대해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들은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의 한 부분을 인용해 독 깨지는 순간과 현미경을 깨트리는 순간을 연결하며 작품의 짜임새, 표현, 위트, 감동 등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특히 의학도로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고 실수했던 경험을 값진 경험으로 승화시킨 점이 매우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방승아 학생의 수상 소식에 주위에서는 다들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줬지만 사실 그 자신조차도 수상을 내심 기대하긴 했지만 대상까지 받을지는 몰라서 무척 놀랐다고 했다. 특히 누구보다 기뻐했을 그의 부모님에 대해선 “제가 현미경 표본을 깨뜨리고 울면서 전화했던 날을 떠올리시면서 ‘전화위복’이라고 기특하게 여겨주셨다”고 전했다.

방승아 학생은 평소에 좋아하던 문인과 문학작품을 묻자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 라는 책을 꼽았다. 실화를 기반으로 쓰여진 책으로 문제아로 낙인찍힌 초등학생 ‘토토’가 대안 학교인 ‘토모에 학원’으로 전학을 간 후 주변인들과 어울리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방승아 학생은 “아이의 눈으로 편견 없이 써내려간 글 속에서 잔잔한 따듯함이 느껴지는 책이라 학창시절부터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말했다.

'방승아'라는 그 자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이러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실체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 혼자서 타자기를 두드리다 보면 자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지를 비로소 두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저 생각으로 남기는 것과 어떻게든 표현해서 실제 산물로 남기는 것은 많이 다르다”며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간단하지만 무척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방승아 학생의 학창 시절 장래희망은 사실 과학 교사였다고 했다. 생명과학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순천향대병원 일일 의사 체험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로 생각이 많이 바뀌어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게 됐다. 특히 “그때 저를 통솔하셨던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크게 응원해 주셔서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방승아 학생은 자신에게 더이상의 글쓰기 재능은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평소에 소설이나 독후감 등을 혼자 끄적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영 결과물이 좋지 않아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저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도구로 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국의 의학도들이 응모한 총 53편의 수필 작품 중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바뀌게 됐다. “막상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저에게 ‘알고 보니 수필에 재능이 있었나?’ 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계속 펜을 쥐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의사를 진지하게 꿈으로 삼게 된 것도 이번 공모전에서 상을 받게 된 것도 작은 계기였지만 결국엔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앞으로도 내게 다가올 모든 인연과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그 길에 글쓰기가 든든한 도구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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