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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걸으니 괜찮겠지" 또래보다 늦은 걸음마, 정말 문제 없을까?
"어쨌든 걸으니 괜찮겠지" 또래보다 늦은 걸음마, 정말 문제 없을까?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4.1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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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청과 교수 "지속적인 발달 점검 필요해"
"생후 6개월 이후에 이름 불러도 눈 맞추지 않는다면 발달장애 위험"
"소아 뇌 발달 차트로 발달지연 진단·중재 객관적 근거 마련할 것"

초저출생과 더불어 첫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미숙아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태어나는 신생아 10명 중 1명은 미숙아였을 정도다. 미숙아는 정상아보다 발달이 늦어질 위험이 높아 지속적인 발달 점검이 요구된다. 그러나 만 1세 이전 시기에는 발달 지연을 알아채기 쉽지 않고, 꾸준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11일 한양대병원 기자단과 만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구조화된 집단에 빨리 노출되어 고도의 인지기능을 요구받기 때문에 발달 지연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인 발달관리 체계의 부재, 과학적 근거의 부족, 영유아 발달 관련 상담 접근성 부족 등으로 부모들은 적절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 뇌 발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지난해에만 총 4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들은 소아 뇌 영상을 통해 발달장애 또는 발달장애 고위험군 뇌에서 발달 이상과 관련된 특정 영역을 선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교수는 "학령기 전은 발달장애 고위험군을 미리 식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경우 중증도가 경미하면 꾸준한 사회성 훈련을 통해 증상을 많이 완화시킬 수 있지만, 평균 발병 시점이 생후 24개월 이전임에도 진단 시기는 생후 48개월로 매우 늦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논문들에 따르면 미숙아의 뇌 연결성은 후두엽에서 과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시각과 연관된 영역끼리의 연결이 과형성되는 패턴은 정상아와 비교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연결 패턴은 사회성 결핍, 학습장애와 관련이 깊다.
 
또 미숙아의 언어 지연은 뇌 MRI에서 흰색으로 보이는 '뇌 백질'의 비정상적인 발달과 연관이 있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법을 통해 백질 영역의 만 2세에서의 언어발달 이상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조기에 발달지연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교수는 생후 12개월 전후 시기에 운동 발달, 호명 반응, 손놀이, 입으로 내는 소리 4가지를 점검해보라고 권했다.

이 교수는 "생후 6개월 이후에 이름을 불렀을 때 즉시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은 인지 발달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라며 "물건을 정확히 집거나 만져보는 데에 관심이 없고, 양팔을 늘 모으지 않고 벌리고 있는 경향도 발달장애나 지연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늦어도 결국 걸을 수 있게 되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도 위험하다"며 "그런 아이들은 2, 3세가 되면 사회성, 집중력, 인지력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또 발견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의는 향후 연구를 통해 소아 뇌 발달 차트, 연령별 뇌 영상 바이오마커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생아 및 영유아 발달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표준화된 뇌 영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는 통합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발달 관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치매 분야에서는 유전자마커 개발이 잘 되어있는데 그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소아 뇌 영상 분야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많은 진료량을 소화해야 하는 개원가에서는 발달 검사나 중재, 충분한 부모 상담과 컨설팅에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발달 점검·관리 체계를 구축해 부모들이 확신을 갖고 아이 발달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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