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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공고 낸 삼성서울병원, 실제로 법적 처벌 가능할까?
PA 공고 낸 삼성서울병원, 실제로 법적 처벌 가능할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2.15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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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경찰에서 실제로 불법의료행위 여부 입증 힘들어 불가능할 듯”
의료계 “대형병원 행태에 경종이 더 중요···앞으로 형사 고발 적극 진행”
삼성서울병원 전경
삼성서울병원 전경

일명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를 받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계는 법적 처벌 여부보다는 ‘빅5’라 불리는 국내 대표 대형의료기관에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오히려 불법의료를 부추긴 게 더 문제라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관할 경찰서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재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서울병원이 앞서 작년 12월 계약직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정식으로 내고 실제로 1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 3일 박승우 원장을 경찰에 고발함에 따른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6일까지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에 앞서 12월 2일부터 9일까지는 ‘간호본부 외래 계약직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인 지난 7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박승우 원장과 김희철 기획총괄을 만나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PA 문제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측은 “채용 과정에서 업무에 대해 정확히 알리기 위해 의료계 내에서 흔히 통용되는 ‘PA 간호사’라는 명칭을 썼을 뿐, 간호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업무 지시는 없었다”면서 “앞으로 해당 명칭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보건복지부 역시 PA라는 명칭이 의료계에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기 때문에 PA 채용 공고를 낸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다만 실제로 현장에서 PA가 불법의료행위를 했을 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의협에서도 PA라는 명칭보다는 불법성을 더 명확히 나타낼 수 있는 UA(Unlicensed Assistant)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변호사)는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삼성서울병원에서 PA로 채용된 간호사가 실제로 면허 범위를 벗어난 불법의료행위를 했는지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PA 간호사’에게 불법의료행위를 지시해 실제로 저지른 게 아니라면 ‘PA 간호사’ 명칭을 쓴 것만으로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나버려 검찰에서 기소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전 이사는 “불법의료행위를 했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이번 조사가 종료된다면 경찰이 의료계를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집단으로 생각해 불법의료를 척결하려는 의료계의 당위나 동기까지 의심하게 될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해영 대한외과의사회 법제이사(변호사, 전 의협 법제이사)도 “만약 PA가 이전까지 쓰이지 않았던 생소한 명칭이라면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의료계에서 널리 쓰이는) PA라는 명칭을 써서 채용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의료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없이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기는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으로 오랜 수사 실무 경력을 갖고 있는 김 이사는 그럼에도 경찰에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PA 간호사 정식 채용 공고를 내고 실제로 채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며 떠들썩하게 됐기 때문에 경찰에서 우선 수사를 개시한 것일 뿐 결국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법적 처벌 여부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들이 불법의료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실제로 법적 처벌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대표 ‘빅5’ 병원이라는 곳이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오히려 PA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면서 불법 의료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경찰에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수사를 느슨하게 진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사하도록 해 불법의료를 저질렀다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임 회장은 “일선 병원들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PA나 UA보다 ‘오더리(Orderly)에 의한 불법의료행위’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며 “앞으로 마취 분야를 비롯해 많은 의료 현장에서 환자 몰래 의사 노릇하는 오더리들과 불법의료 지시자들에 대한 제보를 적극적으로 받아 모두 형사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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