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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환자 다루는 게 어울린다는 선생님 말씀에 의대 갔어요”
“법보다 환자 다루는 게 어울린다는 선생님 말씀에 의대 갔어요”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12.1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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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천구의사회 김재필 회장
‘코시국 회장’ 맡아 회원 만날 기회 없어 아쉬워
의원 초진료 20년간 5천원도 안 올라···의료체계 재편 필요
양천구의사회 김재필 회장.

“죄인을 다루는 법조인보다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의사가 더 잘 어울린다는 고3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의대 진학을 결정했어요. 상급 병원 진료가 필요해보이는 환자를 잘 가려내고, 이후에 그 환자가 ‘원장님 덕분에 잘 치료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담임선생님 말씀을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천구의사회 김재필 회장의 어린 시절 꿈은 법조인이었다. 정의 구현이나 범죄 일당 소탕에 대의가 있었다기보다는 누구나 그렇듯 어린 마음에 멋진 직업을 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연히 법대를 가겠다는 목표 하나로 열심히 공부하던 19살의 김 회장에게 의대 진학을 권유한 사람은 당시 담임선생님이었다.

“그 때 선생님 눈엔 제가 누구를 벌 주고할만큼 냉철해보이지 않았나봐요. 오히려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의사가 낫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김 회장은 1984년 경희의대에 입학해 내과 전문의의 길을 걷게 된다. 인천에서 봉직의 생활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병원을 개원한 것은 2001년 9월. 양천구의사회와의 인연도 그 때 시작됐다.

“사실 막 개원했을 때는 의사회 활동을 거의 못 했어요. 그냥 가입만 한 상태로 있다가 2009년도부터 반장을 맡아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이어서 2015년에는 법제이사, 2018년에는 수석부회장을 맡았고, 올해는 회원 여러분 덕분에 회장까지 하게 됐네요.”

중책을 맡았다는 부담감은 오히려 잠시였다. 이어지는 코로나 시국 중 오른 회장직에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급선무가 됐다.

“제일 많이 들은 인사가 힘든 시기에, 과도기에 회장을 맡아줘서 고맙다는 인사였어요. 반모임, 영화방처럼 작은 모임은 물론이고 야유회, 신입회원 상견례, 송년회까지 굵직굵직한 행사는 다 못했죠. 겨우 상‧하반기 연수 강좌정도만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분들이랑 만날 기회가 적다보니 강좌라도 재밌게 꾸려보려고 마지막 시수에 마술 강의, 소믈리에 강의를 넣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어려운 시국인만큼 회원들에게, 또 지역 의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열심히 움직였다. 양천구의사회는 올해 3월 질병관리청의 스마트 온도계 지원이 늦어지자 구의사회 자체적으로 제품을 선정해 공동구매를 실시했다. 또 양천구의사회 회원 병원 210개소 중 절반이 넘는 130개소가 위탁예방접종의료기관으로 협조하도록 독려했다. 앞으로는 코로나19 재택치료관리 운영단을 구성해 참여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렇듯 ‘코시국 회장’으로서 방역 정책에 십분 협조하고는 있지만, 그럴수록 개원가 처우에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의원급 초진료가 20년동안 4480원 밖에 안 올랐어요. 그와중에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은 계속 심해져서 작년에는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졌거든요. 의원급에서도 백신 접종, 재택치료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데 정부가 의료체계 재편에는 관심이 크지 않아보여서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한편 김 회장은 제35대 서울시의사회 집행부가 ‘의협과 구의사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명하 회장님이 우선 구의사회 의견을 듣는 데에 적극적이세요. 시의사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항은 바로 반영하시고, 시 차원에서 어려운 부분은 의협에 꼭 건의한 다음에 피드백을 주세요. 의원급에 실질적인 이익이 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주고 계신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 회장은 회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회원 여러분. 2년여의 팬데믹 시기를 보내며 갑갑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으실 줄로 압니다. 그동안 상황을 잘 인내하고 의사의 본분을 지켜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드리며 존경을 표합니다. 항상 회원 여러분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의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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