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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뭉쳐야 합니다”
“의사들도 뭉쳐야 합니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11.30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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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우식 서대문구의사회장
의약분업 이후 약해진 결집력 아쉬워...“의료발전에 관심 가져주길”
의협 비전 받쳐주는 힘은 구의사회가 다져야

"위에서(의협,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아래(구의사회)에서는 거기에 동참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정치적인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채우석 서대문구의사회 회장은 <의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협과 시의사회, 구의사회 간의 활발한 소통과 의견 합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원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중앙 조직, 그에 따르며 탄탄한 뒷심을 받쳐주는 시‧구 조직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의사 권익 쟁취를 위한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1985년에 한양의대(79학번)를 졸업하고 1993년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비인후과 의원을 개원한 채 회장은 서대문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유년시절 조부의 갑작스러운 실신을 목격한 뒤로 한 번도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천생 의사인 그. 홍제3동의 주치의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일매일 환자들을 맞이하다보니 어느덧 한 자리에서 28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다. 오래 본 노인환자들이 진료 잘 봐줘서 고맙다며 전해주는 참기름 한 병에 소소한 보람을 느낄 때마다 의사가 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만큼 진료에 진심인 채 회장이 병원을 비웠던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서대문구의사회가 결속력도 좋고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어요. (서대문구의사회에서만) 4명이 면허까지 정지당할 뻔 했죠. 저도 경찰서에 두 번이나 잡혀갔어요.”

채 회장은 수많은 회원들이 진료를 포기하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매일 아침 모여들던 때를 회상하며 약해진 조직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의사회 활동에 동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들이 많아진 것도 맞지만 코로나라는 복병도 만만치 않은 방해요소였다고 한다.

“서대문구의사회에는 14개 반이 있어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반상회를 자주 했어요. 원로의사 분들의 혜안을 전해듣는 ‘청록회’, 각종 동호회 활동도 많았는데 근 2년 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거예요. 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에 접어든 만큼 결집력 회복을 중요 회무 사항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회원들이 구의사회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게 해드려야겠죠.”

서대문구의사회는 지자체나 보건소가 발표하는 각종 지침이나 안내 사항을 보기 쉽게 요약해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해오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방역 및 접종 정책에 혼란스러워 하는 회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유관기관, 지역사회와도 상호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회원들이 편하게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대문구의사회는 서대문구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서대문구지사와 각각 연간 2회 간담회를 열어 서로의 고충을 전하고 대안을 논의한다. 이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만남도 주기적으로 가지며 수시로 애로 사항을 전달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서대문구 회원들의 행정적인 부담이 많이 줄었다.

한편 간호단독법, 수술실 CCTV법 등 의사 전문성을 침해하는 각종 악법의 제정이 시도되는 흐름에 대해 채 회장은 “의사들의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도 느낀 것이 의사들의 정계 접촉 시도가 비교적 부족해요. 그러다보니 다른 보건의료계열 직역 단체에게 밀리게 되는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래에서도 그에 상승해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만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힘을 실어줘야 해요. (의료악법 제정 문제는)의협만 잘해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 집행부는 회원들이 따르고 싶을만한 길을 제시하고 있을까? 채 회장은 지금까지 현 집행부의 회무에 아주 만족하다는 평을 남겼다.

“의협 이필수 회장님,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님은 정말 열심히 하고 계신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져요. 최근 국회 앞에서 추운 날 1인 시위를 하시면서 국회에 강력하게 의사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박명하 회장님은 선거 운동 때부터 각 구 회장님들을 직접 만나가며 전해들은 고충을 회무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시더라구요.”

인터뷰를 마치며 채 회장은 회원들에게 당부 한 마디를 전했다.

“의사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의료계와 정부 간 트러블이 생겼을 때 나와 너무 먼 얘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의료 발전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적극 참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최근 각종 규제와 코로나 접종 등으로 노고가 많으시겠지만 지금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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