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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증가하는 원내감염···예방·관리에 관심 필요”
“날로 증가하는 원내감염···예방·관리에 관심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9.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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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대목동병원 최희정 감염내과 교수(감염관리실장)
신약 보험기준 개선···의료현실 감안해 새 방역정책 필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반이 넘었고 백신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돌파감염 등으로 확진자는 계속해서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젠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앞으론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내감염’에 대한 대응도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원내감염’이란 병원 입원 48시간 후 발생하는 감염으로 70%는 환자의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나머지 30%는 병원환경 때문이다.

◆원내감염 증가···예방·관리에 관심 필요

현재 원내감염이 예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각종 수술이나 염증질환으로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들이 늘었고 각종 인체 삽입물이나 보형물 등의 시술도 많아졌으며 일반항생균으로 치료가 힘든 다제내성균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실장을 맡아 원내감염 예방·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최희정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각종 시술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감염이 많아졌다”면서 “감염으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후유증이 생길 수 있고 입원기간과 의료비용도 늘어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실의 경우엔 환자들 대부분의 전신상태가 약해졌고, 많은 약들을 투약하거나 많은 기구를 삽입하고 있어서 더 감염에 취약하다. 만약 감염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더 높아지거나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중환자실 기구 관련 감염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등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대목동병원의 경우도 중환자실 감염 예방을 위해 예방지침을 마련해 수시로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또 각 환자의 상태에 맞춘 체크리스트를 EMR(전자의무기록)로 만들어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하는 등 이중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진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바빠서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수시로 피드백을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목동병원의 장점이라면 비뇨의학과 수술, 여성암 수술 등을 다수 시행하면서도 무항생제 수술을 상당수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환자의 의료비용 부담을 낮추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수술 전 예방항생제는 원래 24시간 동안 쓰고 중단하는 게 지침이지만 필요에 따라 불가피하게 더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를 통해 24시간이 지나면 더 쓰지 말라는 지침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며 “이는 감염률 억제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보험 기준으로 효과 입증된 신약 도입 어려워

매일 감염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료진 입장에서 아쉬움도 토로했다. 광범위한 항생제를 쓰다가 원인균이 나오지 않거나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더 좁은 범위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신약의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의 어려움도 있어 각 균에 알맞은 항생제 사용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외국에서는 이미 효과가 입증돼 오래 전부터 쓰이고 있는 약제가 우리나라엔 낮은 보험수가 문제로 도입조차 되지 않거나 도입됐더라도 사용에 제약이 많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의료진 입장에선 최고의 약을 써서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데 약이 있는 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할 땐 너무 아쉽다. 환자를 위해서 좀 더 유연한 신약 도입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현행 의료체계로 감당 어려워···방역정책 수정 필요

현재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매일처럼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들 때문에 의료진들이 ‘번아웃(Burnout)’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라고 다른 감염관리 업무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인력도 그대로인데 현재 감염관리실의 업무 중 절반을 코로나가 차지하고 있다”며 “역학조사도 감염관리실이 다 해야 해서 원래 해야 하는 업무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감염전문가로서 현재 국내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방역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 발생 초기엔 개개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가능했지만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이미 확진자의 3분의 1은 감염원인도 알 수 없다. 외국은 우리처럼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다. 미국은 역학조사원도 없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더이상 역학조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새로운 방역 체계가 필요하다”며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우선 하루빨리 백신 접종률부터 70%까지 끌어올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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