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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주로 젊은 층 감염돼 사망률 낮다고 하기 일러”
“델타 변이, 주로 젊은 층 감염돼 사망률 낮다고 하기 일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7.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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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정부의 ‘임기응변’식 방역대책 문제”
“람다 등 더 강한 변이 가능성 늘 열려 있어···필요하다면 ‘락다운’도 해야”

“현재까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사망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젊은 층이 주로 감염돼 사망자가 적기 때문이죠.”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되어 버린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 양상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1주간(7월4일~10일)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 536명 중 인도발 델타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374명으로 나타나 70%를 차지했다. 전체 확진자 중에서도 34%를 차지했다.

애초 그토록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사실 델타 변이의 전염력이 2배나 빨라 이미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델타 변이는 국민 전체 접종률이 87%에 달하는 영국에서도 지난 4월에 상륙해서 6월에 주류가 되기까지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델타 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염력과 중증 입원률이 기존 코로나19의 2배에 달해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대륙에서도 이미 우세종이 돼 버리고 있어 전 세계가 델타 변이에 벌벌 떨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김우주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델타 변이에 대해 경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델타 변이에 대해 “국내에선 점유율이 낮고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5월30일~6월5일 기간만 해도 전체 변이 바이러스 중 알파 변이가 84.6%로 대부분이었고 델타 변이는 9.7%에 불과했다. 그러나 6월 중순 이후 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급증하기 시작해 지금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

바이러스의 중요한 3가지 요소로 전염력(감염자 수와 비례), 중증 입원률, 사망률이 꼽힌다. 델타 변이는 전염력과 중증 입원률은 2배인 것이 입증됐지만 아직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사망률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주로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게 감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의 경우에도 50세 이상 접종률은 90% 이상이지만 젊은 층의 접종률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해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기록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 많은 관련 데이터가 기록돼 있는데, 영국에서 델타 변이의 치명률이 낮은 것은 아무래도 백신 접종률이 높은 고령층보다 상대적으로 접종률이 낮은 젊은 층이 많이 걸렸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영국과 달리 전체 접종률 자체가 낮은 우리나라는 사정이 또 다르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옥스포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30.67%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접종률이 속도를 내며 정부가 K-방역을 자화자찬하는 사이 어느새 일본도 31.14%로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특히 2차 접종률은 더 떨어져 13일 기준 일본의 2차 접종률 19.19%가 한국의 11.82%을 7% 포인트 가량이나 앞선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의 중증 진행률은 1-2주, 사망률은 3-4주 정도 있어야 추이를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에 사망률도 안심할 수 없어 더 지켜봐야 한다”며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2차 접종률은 1차 접종률보다 한참 떨어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임기응변’식 방역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보다 확실한 중장기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그때그때 위기 상황만 모면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것.

우리 정부의 감염 유행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바이러스 요인 △사회적 거리두기 △국민들의 방역수칙 준수 △백신 접종률 등 4가지에 달려있는데 “우리나라에선 4가지 모두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섣불리 방역완화를 시도하려고 한 것에 대해 “의사가 오진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고, 더 나아가 우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자체가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보다 유행상황이 더 심각하지 않은 호주만 해도 ‘락다운’과 같은 초강력 대책을 시행했는데, 우리는 개편안에 ‘락다운(Lock down)’이나 ‘스테이 앳 홈(Stay at home)’과 같은 대책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너무 심한 거 같아도 필요하다면 그 정도는 해야 감염병 유행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애초 7월 안에 1000만 회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7월 중순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280만 회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정 청장 말대로라면)이번 달 내로 나머지 720만 명을 접종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산술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애초 정부 계획이라면 2차 접종을 제외해도 앞으로 10주 동안 2100만 회를 접종하려면 1주에 210만 회를 접종해야 한다. 토·일 빼고 하루에 40만회를 내일부터라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도 접종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백신 확보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바이러스 활동이 본격적으로 왕성해지는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우선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이번 주부터 수도권 확진자가 점차 줄겠지만 풍선 효과로 비수도권이 늘어 1000명대 중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돼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됐지만 비수도권은 5인 이상 금지 등 여전히 느슨한 방역 대책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곧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현행 거리두기 체계로는 확산세를 멈출 수 없어 아마 ‘+α’ 조치를 해서 확진자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이런 식의 단편적인 방역대책으로는 일일 확진자가 700~800명대까지 내려가도 가을·겨울에 더 심각한 유행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의 ‘적자생존’이라는 특성상 그보다 더 전염력과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벌써부터 현재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람다 변이까지 해외에서 발생해 국내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델타 변이의 대응에 고심하고 있지만, 더 많은 감염을 일으키는 게 유일한 목적인 바이러스의 특성상 람다는 물론 더 강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언제든지 열려있다”며 “사실 지금같이 허술한 방역체계에서 겨울이 오는 게 너무 두렵다.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임기응변식 대책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실제 상황을 솔직히 알리며 소통하고 감염 차단을 위해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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