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교훈, 의료의 본질에 더욱 충실할 때”
“팬데믹의 교훈, 의료의 본질에 더욱 충실할 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1.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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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작년 젊은의사 집단행동은 2류 의료 양산시스템 만드는 데 반발한 것
미래가치에 과감히 투자하는 문화 정착···제4병원은 스마트 병원 지향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조만간 인류가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이같은 변화를 경험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세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신축년(辛丑年) 새해는 ‘의료의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넥스트 노멀’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에 이제부터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새로운 의료의 기준을 세우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팬데믹’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도 했다. 

Q. 2021년 새해를 맞아 어떤 계획을 세워놨나?

“많은 사람들이 ‘넥스트 노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올해는 새로운 세상에 필요한 의료를 디자인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의료의 기본, 생명을 돌보는 데에 충실히 전념하다 보면 그만한 결과도 따라올 것이다.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했던 지난 1918년도와 지금 상황이 같다고 본다. 사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많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의료원장으로서 당연히 의료의 본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의료의 본질에 충실하다 보면 그 노력을 인정받아 병원도 자연스럽게 발전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환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그런 이상한 의료에 집착하다 보면 그것 자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자각을 전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저는 이런 가치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

Q. 지난해 하반기 젊은의사 집단행동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의료원장들과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사태를 돌이켜보면 진정한 공공의료의 가치와 그 필요성을 느끼는 시대의 리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젊은 의사들의 꿈과 비전을 빼앗고 2류 의료를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려고 하기에 젊은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의료계가 반발했고, 결국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사실 진정한 공공의료의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공공의료의 한 축으로서 역할해 왔던 민간의료가 앞으로는 공공의료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지난 사태를 계기로 적극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작년 의사국시 관련 논쟁은 ‘(의대생들이)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는 논란으로 변질되면서 ‘엉뚱하게 왜 당신들이 사과하냐’는 말도 나왔다. 당시 의료원장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 (의료진의 공백으로 인한) 병원 경영의 어려움 때문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지만 사실 의료원장들은 올해 인턴 정원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먼저 머리를 숙인 것은 실제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였다.

Q. 작년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에서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이 모두 통과하는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의료 질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환자의 질, 안전, 다양한 전달체계, 중증질환진료 등 모든 지표 항목을 책임지는 각 진료과의 리더들이 수없이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했다. 안암병원의 경우 4회째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거치며 의료 질 관리에 잘 길들여져 있다. 무엇보다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의료원이나 기획·미래전략팀이 가능한 한 많은 제안을 하고 피드백을 잘 한 게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Q. 고대의료원은 진료부와 행정파트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하우가 있다면?

“확실히 성과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합심해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문화가 병원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 고가 의료장비의 도입 기준도 상향해 최근에도 안암병원에 로봇항암치료 제조제시설과 자동화 조제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병원 발전에 필요한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는 행정파트가 진료부를 확실히 잘 지원해 주고 있다. 최소 5년 후를 내다보고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자는 서로의 공감대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Q. 의료계 원로로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대표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병협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내부적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젊은 의사들을 대한의사협회가 제대로 품어주지 못해서 배신감이 많았은데 그 상처를 아물도록 하는 역할을 병원협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백신 주권을 갖기 위해 미래를 내다보면서 의료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취지에서 최근에 다시 관련 특위를 만들어 의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Q. 고려대의료원 제4병원 건립 추진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현재 어느 지역에 병원을 세울지부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4병원은 스마트병원을 지향한다. 로봇화, IOT, 빅데이터 등 미래의 선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첨단미래병원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주축 역할을 할 의료정보학교실도 고려대 정릉캠퍼스 내에 새로 개설된다. 이런 역할을 기존의 병원들이 하기에는 공간적으로 무리가 있기에 새로운 제4병원을 건립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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