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움의 시기에 질병이 걸림돌 되지 않도록 할 것"
[인터뷰] "배움의 시기에 질병이 걸림돌 되지 않도록 할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12.1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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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20주년 맞은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유철주 교장(소아혈액종양과장)
퇴원 후 학교생활 적응 못해 포기하기도, 학교 적응 돕는 프로그램 개발
부족한 정부지원 후원금에 의존···"대입특별전형에 소아암 환아 포함돼야"

“오랜 병원 생활로 모든 것이 낯설어진 환아들이 배움의 시기에 질병이 걸림돌이 되지 않고 건강을 되찾아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유철주 교장(소아혈액종양과장)은 지난 7일 병원학교 개교 20주년을 맞아 열린 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0년 12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병원학교는 2014년 암병원으로 교실을 이전하면서 ‘연세암병원 병원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병원학교는 현재 연세암병원 12층 126병동에서 소아암 투병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아동을 위한 1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치료로 인해 3개월 이상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경우 원래 소속 학교의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유 교장은 "하루를 버티며 아이가 낫기만을 바라던 부모들은 완치의 기쁨과 함께 이제 학교로 돌아가게 될 아이들을 걱정하게 된다“며 ”오랜 병원 생활로 모든 학교 생활이 낯설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렵게 학업을 지속하며 투병 과정을 이겨내고 학교에 복귀했지만, 오랜 공백에서 오는 자괴감은 물론, 또래 아이들과의 부적응 등으로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유 교장은 “치료가 끝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희망을 품던 환아들에게 학교생활의 포기는 투병 과정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과 결정일 것”이라며 “치료로 건강을 되찾는 것만큼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학교는 개교 이후 소아청소년암을 경험한 아동들의 성공적인 학교 복귀를 돕기 위해 2007년부터 다양한 학교 복귀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해왔다. 소아청소년암을 경험한 아동과 학부모, 교사, 또래 친구를 대상으로 ‘학교 복귀 및 적응을 위한 통합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현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상록수 체험’을 비롯해 △소아청소년암을 경험한 아동들과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을 전하는 '친구야 사랑해' △학교복귀 프로그램 CD 및 책자 제작 △찾아가는 교원 연수 △진로·직업교육 운영 및 대학입시 지원 프로그램 △다양한 경험과 정서적 지원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유 교장은 “개교 이후 20년 동안 교육 프로그램, 자원봉사자 등 모든 면에서 양적·질적으로 발전하며 변화했지만, 병원학교의 ‘정신’만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한 아동들에게 발달기에 적절한 학습 활동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지속적인 성장 발달을 도모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게 병원학교의 정신이자 목표다. 

다만 학교 측은 정부에 재정지원 확대와 함께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대학입시 ‘특별전형’ 확대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유 교장은 “병원학교 운영을 위해 정부에서 예산을 받고 있지만, 전체 운영예산의 절반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목별 사용 제한이 있다보니 인건비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금은 후원금에 의지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는 실정이다. 유 교장은 “병원에서 발전기금 사무국을 통해 후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와 병원학교가 뜻이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 교장은 대학입시전형에 소아암 환아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대학들의 노력도 촉구했다. 그는 "소아암 환아들이 대학입시 특별전형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은 교육부가 아닌 대학별 결정"이라며 "몇몇 학교들이 소아암 환아에 대한 특수전형 혜택을 주는 곳이 있지만, 앞으로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일상의 회복을 위해 치료하며 공부하는 아동들이 예기치 못한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가야하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한 발자국 바로 앞에서 아동들과 함께 나아가는 병원학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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