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당사자는 우린데"···의대생들, 전국서 릴레이 1인 시위
“의대 정원 확대 당사자는 우린데"···의대생들, 전국서 릴레이 1인 시위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8.12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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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1인 시위자 모집, 10일 서울·부산서 동시 진행
제안자 "누구도 우릴 위해 목소리 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의대생들.(사진=시위 주최자 의대생 B씨 제공)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의대생들.(사진=시위 주최자 의대생 B씨 제공)

“저희가 시위한다고 엄청난 변화가 생길 거라 기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이름 없는 의대생’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릴레이 시위는 협회나 단체, 대학의 ‘이름’을 내걸지 않은 채, 단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이름 없는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시위는 익명을 요청한 한 의대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추진 정책에 분노한 이 의대생이 SNS를 통해 릴레이 1인 시위 지원자를 모집하자 하루 만에 스무 명 가량의 의대생이 자발적으로 지원했다.

시위 첫 날인 10일엔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1인 시위가 시작됐다. 지원자 모집 시 지역 등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아 시위 지역은 지원자 구성에 따라 정해졌다. 10일 시작된 1인 시위 지원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다.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A씨는 의대 본과 3학년이다. 화장기 없는 하얀 피부가 한 눈에 봐도 앳돼 보였다. 체구는 작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A씨는 “시위 같은 것에 참여하게 된 게 인생 처음”이라면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막상 응원을 기대하기 보다는 당장 A씨의 어머니부터 “시위에 참여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걱정하셨다고 한다. A씨는 완강하게 반대하지 않으신 부모님에 “감사하다”며 “부모님께서도 폭력 시위도 아니고 생각을 전하는 피켓 시위라, 하지 말라고는 안 하셨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걱정을 안은 의대생은 A씨뿐만이 아니다.

이번 릴레이 1인 시위를 주도한 의대생 B씨(본과 3학년)는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것 좀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B씨는 ‘왜 릴레이 1인 시위를 기획하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래 의료인이 될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정원 확대 논의에서 직접적인 당사자는 학생인 우리”라고 강조했다.

시위 첫 날인 10일은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올라갔고 오후에는 폭우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거친 날씨에 시위를 이어가느라 B씨의 하얀 의사 가운은 어느덧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B씨는 “비가 와도 날이 더워 땀이 등에서 흐르는 게 느껴졌다”면서도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동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한다’는 충만감이 들었다”고 답했다.

B씨는 이날 장시간 국회를 등지고 여의도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B씨는 “개인적으로 의료계가 소통에 있어서는 집중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B씨는 “전공의 선생님들의 투쟁 동력, 7일의 뜨거웠던 에너지를 릴레이 1인 시위로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시위가 의료계 내부에서도 '트리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의대생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광화문 광장 등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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