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간들, 의사가 어디 가겠는가”
“어디에 간들, 의사가 어디 가겠는가”
  • 의사신문
  • 승인 2019.10.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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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의사회의 도원시의사공회(대만) 방문기 (下)
조 정 호중구의사회 총무이사(신한연세내과의원)
조 정 호 중구의사회 총무이사 (신한연세내과의원)

둘째날 늦게까지 야시장을 누비며 주전부리로 배를 채웠지만, 호텔 조식에 대한 사명감을 어쩌랴. 서둘러 몇 접시를 비우고서야 평안한 마음으로 로비를 향했다.

셋째날은 지우펀, 스펀을 들르고 예류 해안 공원까지 가야하는 일정이었다. 답례 만찬도 예정돼 있어 서둘러 출발했다.
지우펀은 ‘꽃보다 할배’, 드라마 ‘온에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에 대한 논란은 미야자키 감독이 직접 부인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등 화면을 통해 자주 접했기 때문에 이미 대여섯 번은 가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골목골목을 직접 마주하고, 철길에서 천등을 날리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일 테니 기대가 컸다.

조명이 켜지는 야간이 더 아름다웠을 테지만, 일정상 한가로운 시간에 다니면서 정취를 느낀 것도 나름 좋았던 것 같다. 비록 등은 켜지지 않았지만 사진으로 여행의 기억을 남기고 귀국 선물도 준비했다.
가이드 Jack의 설명에 따르면, 스펀의 ‘시그니처’로 알려진 천등날리기와 닭날개 볶음밥은 사실 대만 가이드들도 잘 몰랐다고 한다. ‘꽃보다 할배’에서 소개되고 나서야 거꾸로 한국 관광 일정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이상의 설명이 끝날 때쯤 한적한 마을에 도착했다.

누가 바위고 누가 우리인가~.
누가 바위고 누가 우리인가~.

4인이 한조가 돼 각 면마다 자기 소망을 적어 천등을 날리니 ‘별 것 아닌데’ 싶으면서도 뭔가 간절한 마음이 생기는 듯했다. 막간 자유시간엔 역시 스펀 시그니처 메뉴인 닭날개 볶음밥과 땅콩아이스크림을 맛봤다.
온갖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예류 해안공원에서는 자유시간이 짧아 처음부터 여왕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경보로 내달려 무사히 과업을 이뤘다. 하트바위, 촛대바위, 버섯바위 등등에 다음을 기약하고 나니 바다를 마주할 여유가 생겼다. 천천히 걸으며 풍화된 바위와 어우러진 바다를 바라보니 문득 제주 섭지코지가 생각났다.

셋째날 저녁은 공식 교류 행사의 마지막으로 중구의사회가 주관하는 답례 만찬이었다. 첫날 환영 만찬에서 과분한 대접을 받아 조금 부담이 컸었다. 만찬 장소인 ‘G HOUSE’에 도착하니 복도부터 으리으리한 것이 장소는 일단 합격이었다. 정찬으로 나온 8가지 메인 요리도 맛이나 모양새가 뛰어났다. 만찬주로 준비해간 한산소곡주도 반응이 좋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만찬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첫날과 달리 테이블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테이블에서는 두 나라 의료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급기야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협회간 논쟁으로 이야기가 번지자 “끝까지 잘 싸워내라”는 조언까지 듣게 되었다. 차분한 마무리가 아쉬웠던지 도원시 인기스타인 김성배 부회장님이 자리한 테이블에서 긴급 뉴스를 발표했다. 내년에 Huan-Fa Hsieh 회장님 임기를 마무리하는 임원진 여행지로 제주 아일랜드가 유력 후보지로 부상했다는 뉴스였다. 이로 인해 마지막 만찬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내년엔 제주에서 다시 도원시의사공회와 중구의사회가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했다.

박물관에 왔으니 수학여행 포즈로~.
박물관에 왔으니 수학여행 포즈로~.

벌써 마지막 날. 못 가본 곳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둔 채 우리나라 현충원과 같은 충렬사에서 위병 교대식을 관람한 후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향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80여만 점에 달하는 유물들을 드디어 실물로 만난 시간이었다.
가이드 Jack의 활약으로 수많은 유물 중 정수만을 모아 관람하고 설명을 들으니 예정했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옥배추는 보았으나 마침 동파석이 남쪽 박물관 분원에 전시 중으로 보지 못했으니, 다시 대만에 와야 할 핑계가 더해진다. 

다음은 타이페이101. 최근 휴양지 여행에 익숙했었는데, 시간 맞춰 신속하게 둘러보다보니 마치 시험 전날 족보를 들고 별 3개 이상짜리 문제들만 한번 훑고 지나가던 느낌이 들었다. 입구에서 확인한 딘타이펑, 서울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져 너무 아쉬웠던 TWG 매장도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느라 곁눈질로 지나쳤다. 한국보다 3분의 1 이상 저렴하게 차(茶)를 구매할 수 있다는 말에 다시금 재방문 의지를 불태웠다.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으로 타이베이시를 시원하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바람이 건물에 부딪혀 나는 소리가 주는 약간의 불안감은 덤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편안해 보이는 마지막 점심식사.
모두가 편안해 보이는 마지막 점심식사.

가장 평이 좋았던 ‘샤브샤브’로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하고 서문정 거리를 방문해 주변 분들 선물을 챙기다보니 어느덧 대만 일정을 마무리할 시간이 돼버렸다.
돌이켜보니 좋은 추억만큼이나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야시장에 머문 시간이 짧아 취두부에 도전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특히 야시장을 가게 된다면 확실히 배를 비우고 방문해야 대만의 먹거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교류행사는 가족들과의 동행으로 더욱 풍성했던 것 같다. 전 가족이 참여한 회원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다 함께 오지 못한 아내와 딸 생각이 날 정도였다. 앞으로 구의사회 여러 행사에 가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화련에 다녀온 날, 몇 분이 소화 불량과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었다. 다음날인가 버스에서 원인을 놓고 간단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장거리를 오가며 힘들었던 상황, 기차 내 온도 등 환경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증상 발현과 식사 시간 사이의 간격을 통해 ‘점심이냐 저녁이냐’, ‘어떤 음식이었냐’에 대해 얘기했다. 막상 우리는 직업병이라며 투덜거렸던 것 같은데, 아들이 보기엔 다른 어떤 행사나 여행지보다 그 순간이 또렷이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어디에 간들, 의사가 어디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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