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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5시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스피스 병동 이효정 간호사
현장 25시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스피스 병동 이효정 간호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11.06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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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돕는 데 최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에서 자문형 호스피스 간호 업무를 맡고 있는 이효정 간호사(사진). 올해 7년차 간호사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한 지는 약 3년 정도 됐다.

총 21병상인 일산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들은 월 평균 약 19명. 단순히 계산해 보면 1년 열두 달 동안 총 228명, 3년의 기간 동안 총 684명 정도의 환자들이 이 간호사가 근무하는 동안 임종을 맞은 것이다.

“많을 땐 하루에만 세 분이 임종하신 적도 있었어요. 환자분들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매일 같이 지켜보면서 제가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 항상 의문이 드네요.”

오랜 기간 동안 수 없이 많은 환자들의 삶의 마무리를 도우면서 이제 ‘죽음’이라는 것에 익숙해질 법 같기도 한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매 순간마다 ‘왜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진하게 남는다고.

호스피스 간호는 다른 임상 간호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충분한 인력도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신규보다는 경력자가 업무 적응도 훨씬 빠른 편이다. 이 간호사도 좀 더 여유를 갖고 환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고 싶지만 여건상 그러지 못할 때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장기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하고 퇴원 후 이 간호사가 가정간호까지 맡으며 가깝게 지냈던 한 할아버지 환자. 이 간호사가 오프일 때 임종 순간을 맞았는데 꾹 버티고 계시다가 이 간호사가 출근하자마자 마지막 인사를 드린 직후에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그때 이 간호사는 “할아버지가 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임종하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어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환자를 애도했다.

서른 전후의 젊은 나이에 삶과 죽음의 명암이 극명히 교차하는 이 곳에서 일하면서 그의 평소 마음가짐도 많이 변했다. 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반문하고 ‘웰다잉(Well Dying)’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들에게는 혹시라도 연명의료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느 정도 범위까지 의학적인 처치를 원하는지를 종종 묻곤 한다.

이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다. 안타깝게도 그의 부친은 몇 년 전 집 근처 호수공원에서 조깅을 하다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다고 한다. 당시 이 간호사는 지방에 있었던 터라 아버지와 마지막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해 지금도 가끔씩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돌이켜보면 아버지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아쉬움을 임종 환자들을 지키며 달래라는 뜻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가족을 돌보는 마음으로 더욱 정성껏 임종 환자들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와드리고 싶네요.”

생과 사의 현장에서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해서 그런지 또래 여성들보다 한껏 더 철이 들어있는 듯한 모습의 이효정 간호사. 그는 오늘도 분주하지만 차분하게 환자들의 임종을 도우며 나름의 방식대로 ‘생과 사’를 조명한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건강한 일상에 새삼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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