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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최정희 간호팀장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최정희 간호팀장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8.30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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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최전선 지키는 소명에 행복” 

“환자가 건강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희열과 기쁨을 느낍니다. 간호사는 제게 천직라고 생각해요”

올해로 29년차 베테랑 간호사 최정희 간호팀장의 말이다. 지난 2012년 10월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오픈 멤버로 합류한 그는 신경외과·정형외과·산부인과 병동과 분만실을 거쳐 2007년 평촌성심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9년째 ‘생명의 최전선’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29년이라는 세월 속에 그를 스쳐간 환자도 많다. 자살하려고 철길에 누웠다가 팔다리만 절단돼 2년간 매끼 식사를 먹여줘야 했던 환자, 엄마가 싸준 따뜻한 도시락이 소지품에 있어 더 가슴 아팠던 교통사고 당한 아이,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잡으려다가 넘어지면서 양쪽 발목이 골절된 50대 남자 환자 등 잊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최정희 간호팀장은 “매순간 모든 일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혼자 근무하면서 1시간 반 동안 8명의 분만을 진행한 적도 있다.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미소 짓는 아기예수의 얼굴이 그날의 고단함을 씻어줬다”고 웃어 보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이 들이닥치는 응급실. 특히 심장 순환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경우 90분의 골든타임이 주어진다. 동탄성심병원은 1분 1초가 중요한 응급 환자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역 소방서와 협약을 맺고 ‘브레인세이버 시스템(Brain-saver system)’을 구축해 가동 중이다.

최 간호팀장은 “급성기 뇌졸중 등 시간이 생명인 환자들을 위해 구급대원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보고하면, 응급실에서 접수 절차 없이 바로 CT실로 이동해 상태를 확인하고 신속히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만큼 동탄성심병원 자살시도 내원 환자가 지난해 129명, 올해 7월까지 58명으로 적지 않다. 이에 응급의료센터는 공공기관과 연계해 자살환자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최 간호팀장은 “현재 화성시 자살예방센터의 실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인드 브릿지’라는 손편지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자살환자를 도우는 방법을 찾고, 이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희망의 손이 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정희 간호팀장은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동탄성심병원 홍보차원에서 지역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작해 현재까지 2000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해냈다. 이를 위해 36명의 응급실 간호사 전원이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중 10명은 전문 강사자격증을 갖추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응급실 부서원들과 심폐소생술 연구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는 “교육생 중 심정지된 동료를 심장마사지로 살려서 내원한 분이 있었다.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보니 병원 홍보를 넘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더 인식하고 열심히 교육에 임하게 됐다”면서 “이런 활동에는 모두 희생이 따른다. 교육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료를 위해 그 시간을 커버해주는 부서원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최 팀장은 원내에 ‘사나래 봉사단’을 만들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경로당이나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전달하거나 약물 오남용, 의료쇼핑 문제점 인식 캠페인 등을 펼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평촌성심병원 근무할 때에는 ‘느린소 봉사단’ 창립해 이끌면서 석유공사, 우리은행, 국토개발원 등 안양시 내 10개 기업과 연대를 맺고 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봉사활동에 너무 늦게 눈을 떠 아쉽다”면서 “남들보다 재주가 하나 더 많은 만큼, 퇴직 후에도 나누고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 다같이, 다함께 발전하는 것’이 노력이라고 말하는 최정희 간호팀장. 부서원이 옳은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좌표를 제시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리더가 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런 그의 노력을 인정한다는 듯, 최근 부서원들로부터 감사와 존경의 뜻이 담긴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최 간호팀장은 “병원이나 부서원들이 많이 믿어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다른 응급실의 사직률이 30%인데 반해 동탄성심병원 오픈 후 사직한 사람이 2명뿐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앞으로도 부서원과 함께 가는 부드러운 리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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