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매년 큰 폭으로 떨어져 지난 2010년 84.3%에서 지난해 26.1%로 급락해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는 소폭 상승했지만 이제 비뇨기과가 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8∼90년대만 해도 국내 대표 인기과 중 하나로 전공의 지원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물론이고 한 해 전문의 배출 숫자도 최대 100명을 기록했던 비뇨기과.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비뇨기과가 최근 들어 기피과 대열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의 숫자의 과잉, 비뇨기과 의사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저평가, 낮은 의료수가,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타과의 비뇨기과 영역 침범 등 5가지를 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비뇨기과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서주태 제일병원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의외의 대답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전공의 숫자가 줄어들어 전공의들에게 더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서 교수는 과거에는 전공의를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의사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 의료 환경이 변화한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미 비뇨기과가 피부과, 안과와 함께 대표적인 인기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인기과가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 아니라 피안비(피부과+안과+비뇨기과)인 것이다.
인구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배뇨·배변장애 등 노인성 비뇨기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생긴 현상이다. 비뇨기과가 타과에 비해 응급상황이 적게 발생하는 삶의 질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서주태 교수는 “전공의 숫자가 줄어 그동안 전공의들이 주로 해왔던 각종 페이퍼워크도 맡길 수 없고 스텝들의 로딩도 많아지겠지만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비뇨기과 전문의 한 명을 배출하기 위해 10만불의 비용이 든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 교수로서, 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비뇨기과 전공의 수련 환경의 변화가 임박한 가운데 “우리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새로운 각오를 나타냈다.
배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