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센티브 등 제도적 지원 필요···일차의료 개선해야 의료 질과 비용 절감 동시 효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주요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체계의 도입 방안이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는 가운데, 지역 일차의료기관들이 커뮤니티 케어 등 지역의료 사업에 적극 참여해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지난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의료 돌봄 이야기(Ⅱ)'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은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대두된 광범위한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말한다.
커뮤니티 케어 도입 방안이 우리나라에서 본격 논의됨에 따라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황규석 회장 취임 이후 ‘지역의료연구회’를 발족해 지역의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 하고 있고, 지난 7월26일에는 의료 돌봄 이야기 첫 번째 심포지엄을 열어 서울시 방문 진료, 장애인 주치의 사업, 퇴원 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진 이날 두 번째 심포지엄에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지역 일차의료기관이 나아갈 방향과 역할,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다제약물 관리 등의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날 김성욱 서울시의사회 지역의료연구회 위원장은 ‘초고령사회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현재 의사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직역단체에서도 커뮤니티 케어 등 미래 지역의료 정책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 방안에 대해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사의 참여 없이 커뮤니티 케어가 어떻게 제대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각자 나름의 참여 방안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의사가 참여해야 각자 역할에 따라 다양한 협업 모델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실 아직까지 확실히 정책의 윤곽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정책에 참여했을 때 얼마나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 수 없고, 당장은 제대로 참여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이윤이 발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위원장은 “새로운 정책이 시작될 때 선뜻 첫발을 내딛기 어렵겠지만 ‘바람도 맞으면서 이겨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장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많은 의료기관들이 동참해 일정한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며 컨트롤할 수 있는 ‘지역의료센터’를 각 지역 단위로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노인 다제약물 관리를 위해 의사 혼자만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수가와 인센티브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 다제약물 관리’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다제약물 사용은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특히 “노인환자의 경우 약물 순응도 감소, 인지기능 저하, 질병 심각성에 관한 인식부족, 약물 임의복용과 건강식품 선호 등의 이유로 다제약물로 인한 이상반응이 더 빈번하고 심각하게 관찰된다”고 전했다.
특히 18년간의 추적관찰 연구를 통해 다제약물 사용 노인의 사망위험이 남성은 1.42배, 여성은 1.30배로 증가했고, 10개 이상 다약제 복용자의 사망위험은 2.79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노인의 항콜린성 약물이 과다 노출됨에 따라 사망·주요 심혈관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낙상·골절, 섬망·치매로 인한 입원 등 부작용도 늘고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난 2020년~2021년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만성질환자인 대상자 총 676명에서 1675건의 약물조정이 이루어졌고, 전체 대상자의 30.9%가 한 건 이상 약물조정(1인 평균 2.2건)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하 교수는 “다제약물 관리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다만 의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다제약물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제약물관리를 위한 의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관련 수가체계를 정비하며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참여 동기를 유발하는 인센티브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효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이용관리실 의료이용지원부 대리가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 소개(건강보험공단 수가개발부)’를 주제로 다제약물관리를 위한 의·약사 협업 등의 서비스 모형과 △대상자상담관리-건강포괄평가 △처방검토조정 △공단투약내역조회 △상담관리대상자조회 △상담료 청구 방법 등 구체적인 사업참여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박성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역 기반 환자 중심 일차의료 시범사업과 일차의료 지원(개발)센터’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일차의료가 중심이 돼 의료의 질 향상, 의료비 절감 등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박성배 교수는 “현재 의료의 질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은 일차의료를 고기능화해 지금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역할을 하게 하는 것밖에 없다”며 “오는 2025년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우선 소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도출하는 게 목표다. 환자와 의료공급자, 정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개선된 일차의료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의무·정책)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지역사회 의료 돌봄 사업을 준비하거나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관련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제36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지역의료연구회를 발족하고 돌봄이야기 두 번째 심포지엄까지 개최하게 돼 기쁘다”며 “의료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인 커뮤니티 케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가 많은 정책을 개발, 제안함으로써 제도가 올바르게 도입,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