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장폐색 수술 지연으로 환자 사망···병원에 배상 책임”
法 “장폐색 수술 지연으로 환자 사망···병원에 배상 책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0.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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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수술 필요한데도 CT 촬영···수술 시기 놓쳐”
“교액성 장폐색, 수술 후 합병증 가능성”···70% 책임 제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의료진의 수술 지연으로 장폐색 증상이 악화돼 환자가 숨진 경우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이원신 부장판사)는 숨진 환자 A씨의 유족이 B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2018년 5월 복통이 발생한 A씨는 내과의원을 방문해 장폐색 소견을 받자 곧바로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복부 CT 촬영 등을 통해 ‘기계적 장폐색’ 진단을 내린 뒤 A씨를 입원시켰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B병원 측은 A씨에게 응급수술까지 필요한 교액성 장폐색 증상인 ‘닫힌 고리형 장폐색’이 나타났는데도, 배액 및 약물치료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급기야 입원 다음날 오후 A씨가 장출혈 등으로 인한 복통과 쇼크로 쓰러졌는데도 의료진은 ‘쇼크 원인을 파악한다’는 이유로 뇌와 복부 CT를 촬영하면서 수술을 더욱 지연시켰다. 이후 A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B병원에 내원한지 일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의료진의 수술 지연 등의 과실로 A씨가 숨졌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2억8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A씨의 기계적 장폐색 증상이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악화의 정황 내지 가능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수술적 치료 시기를 놓친 과실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기계적 장폐색 증상이 악화되면서 A씨에게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함으로써 결국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의 사망 원인이 된 패혈증 및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후유증은 B병원 의료진의 반복된 수술 지연으로 인해 장폐색 증상이 악화된 데에 그 원인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교액성 장폐색의 경우 발견 즉시 응급수술을 하더라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합병증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기계적 장폐색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는 내과적·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을 우선하는 점 등을 감안해 C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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