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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醫 "필수과 의사 구속하면 누가 환자를 살리나"
서울시醫 "필수과 의사 구속하면 누가 환자를 살리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9.14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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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폐색 환자 사망에 의사 법정구속되자 성명 통해 문제 지적
"환자 사망 안타깝지만 가이드라인 준수한 불가항력적 사건"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감정원 활용 등 감정제도 개선 촉구

최근 환자의 대장암 진단을 위해 장 정결제를 투여했다가 환자를 사망케 한 혐의로 의사가 1심에서 법정 구속된 데 대해 서울시의사회가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모순을 지적하며 법 제정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자가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진료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다 벌어진 '불가항력적 사고'인데도 의료진을 법정 구속까지 한 것은 과도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홍준)는 12일 '필수과 의사를 구속하면 도대체 바이탈과 의사는 누가 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필수과 의사를 1심 판결 후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환자의 대장암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하고 장 정결제를 투여했지만 환자가 장폐색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환자의 주치의였던 전공의 B씨도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부분 폐색을 보인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약하고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보편적 의료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당시 사망한 환자는 X-레이와 CT 촬영에서 대장암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대장암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이 필요했다"며 "이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의료행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 소견과 임상 소견의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종합해 진단과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주치의"라며 "환자를 직접 보는 주치의의 판단은 가장 정확하고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행위와 피해자의 장천공 및 그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간에 인과관계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진료 현장에 '필수과, 기피과, 중환자 의사가 부족하다'면서 공공의대를 짓고 의사 정원을 늘리자고 하면서 극심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정작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필수과 의사를 1심 판결 후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해서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법정 구속시켜버리는 나라에서 공공의대가 아니라 의학의 신(神)이 와도 의사를 그만둘 판"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즉,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과 의료감정원 등 전문적 기구를 활용해 법원 감정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금번 판결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가 결국 의사들의 공분을 자극하여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필수과 의사를 구속하면 도대체 바이탈과 의사는 누가 하나 ?

의사를 또 구속했다. 생명을 다루는 소위 ‘필수과’ 의사다. 2016년 장폐색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 후 환자가 사망하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에게 법원이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당시 사망한 환자는 X-레이와 CT 촬영에서 대장암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대장암 진단을 위해서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며, 이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의료행위였다. CT 촬영에서 장폐색 의심 소견을 보였으나 반복적인 신체검진을 통해 환자가 장폐색 증상이 없고, 복부가 부드러우며 대변을 3-4회 본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임상적으로는 완전한 폐색이 아닌 부분 폐색으로 판단하였으며 대장내시경 및 장정결제 투약을 결정했다. 영상 소견과 임상 소견의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종합하여 진단과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주치의이다. 환자를 직접 보는 주치의의 판단은 가장 정확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환자 사망의 인과관계에 있어서 사망의 원인 중 하나인 장천공은 단순히 장정결제의 부작용이 아닌 대장암 및 그로 인한 장폐색의 자연적 진행경과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발성 장기부전 또한 장천공 및 그로 인한 패혈증뿐만 아니라 흡인성 폐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고령인 환자, 뇌경색 병력 등이 장천공 및 다발성 장기부전의 유발 또는 악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진의 행위와 피해자의 장천공 및 그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있다.

환자가 사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의료진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일반적인 진료 상황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진료 현장에 필수과, 기피과, 중환자 의사가 부족하다면서 공공의대를 짓고 의사 정원을 늘리자고 해서 최근 극심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졌다. 그런데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해서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법정 구속시켜버리는 이런 나라에서 공공의대가 아니라 의학의 신(神)이 와도 의사를 그만둘 판이 아닌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필수과 의사를 1심 판결 후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렇게도 중시하는 OECD 국가에서 정상적인 의료 행위를 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몇이나 있는가? 지금도 국회에 형사처벌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자는 법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상정되고 있다. 필수과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업의 현장에 뛰어든 의사들을 감방으로 보내는 바람에 환자의 바이탈을 다루는 의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본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바대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 

둘째, 법원 감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감정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감정 결과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유·무죄를 다루는 형사사건에서는 이런 절차가 필수적이며, 의료감정원 등 전문적 기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본회는 금번 판결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가 결국 의사들의 공분을 자극하여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바이다.

2020.9.12
서울특별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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