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와 ‘XAI’로 불면증의 심박수 일주기 리듬과 과각성 특성 확인
웨어러블 기기와 ‘XAI’로 불면증의 심박수 일주기 리듬과 과각성 특성 확인
  • 김동희 기자
  • 승인 2026.06.17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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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고대 안암병원 교수팀, 웨어러블·스마트폰 데이터와 설명가능 인공지능 분석
AI 결과의 임상적 해석 중요성 강조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면증은 많은 사람이 겪는 수면 문제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설문 결과에 의존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웨어러블 기기가 일상 속 심박수, 활동량, 수면 정보를 연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불면증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수집한 생체·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면증 증상군을 분류하고, 그 임상적 의미를 해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 안암병원에서 모집된 19–70세 성인 3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불면증 심각도 지수(Insomnia Severity Index, ISI)에 따라 249명을 불면증군, 89명을 대조군으로 분류하고, 참가자들이 4주 동안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도록 했다.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심박수, 걸음 수, 이동 거리, 운동 시간, 수면 지표 등이 자동으로 수집됐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트레스, 카페인, 음주, 낮잠 등 일상생활 요인도 함께 기록됐다.

연구팀은 총 120개의 디지털 표현형 특성을 추출해 다양한 기계학습 모델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120개의 특성 중, 60개 특성을 사용한 LightGBM 모델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며, 불면증 분류에서 F1 점수 0.868을 기록했다. F1 점수는 인공지능 모델이 불면증군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과, 불면증군이라고 예측한 결과가 실제로 맞는 정도를 함께 반영한 지표다.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좋다.

특히, 연구팀은 설명가능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I) 기법인 SHAP 분석을 통해 모델이 어떤 요인을 근거로 불면증을 예측하는지 확인했다. SHAP은 인공지능이 어떤 요인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보여주는 분석 방법이다. 분석 결과, 심박수 일주기 리듬의 최고점이 지연되는 양상, 높은 주관적 스트레스, 심박수 관련 변화 등이 주요 예측 요인으로 나타났다.

심박수 일주기 리듬의 최고점이 지연된다는 것은 수면과 각성의 리듬이 어긋나서 뒤로 밀려있거나, 밤이 되어도 몸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는 상태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불면증에서 관찰되는 생체 리듬 불균형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의는 단순히 인공지능 모델의 예측 성능만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모델이 찾아낸 패턴이 실제 수면의학적·정신의학적 지식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함께 검토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심박수 일주기 위상의 지연이 수면-각성 리듬의 불균형을 반영할 수 있으며, 높은 스트레스와 심박수 관련 특징은 불면증의 핵심 병태생리 중 하나인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와 연결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연구팀은 일부 웨어러블 기반 수면 지표가 기존 임상 지식과 상반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한 수면 효율이나 활동 리듬 지표는 경우에 따라 실제 임상적 불면증 양상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었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와 인공지능 모델을 임상 현장에 적용할 때 단순한 수치나 예측 결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임상의의 해석과 임상적 타당성 검증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조철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자동으로 수집되는 생체·행동 데이터가 불면증의 객관적 평가와 디지털 표현형 분석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특히 인공지능 모델의 높은 성능만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가 실제 임상 지식과 부합하는지 검토했다는 점에서 향후 신뢰 가능한 의료 인공지능 개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고려대 의대 학생 두 명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학생연구프로그램을 통해 수행한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동 제1저자인 김민지·윤서진 학생은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 결과 해석, 논문 작성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의대생이 실제 임상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 연구 전 과정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논문으로 출간한 사례로서 학생 연구역량 강화와 미래 의사과학자 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웨어러블 기반 불면증 선별과 장기 모니터링,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수면의학 분야의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본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수행된 관찰 연구이므로, 향후 다양한 인구집단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검증 연구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표현형, 설명가능 인공지능, 수면의학을 결합한 융합 연구로서, 불면증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의료 인공지능이 임상 현장에서 신뢰받기 위해서는 예측 성능뿐 아니라 해석 가능성과 임상적 타당성이 함께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논문 ‘Heart rate circadian phase and hyperarousal as wearable digital phenotyping of insomnia: An interpretable machine learning study’는 국제학술지 ‘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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