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내과·산부인과 수천억원 손실 우려”···복지부 “현장 의견 반영해 보완 검토”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실질적인 손실 보전과 진료과별 맞춤 보상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개편이 새로운 재정 투입이 아닌 기존 재정의 이동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 가능한 보상체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다- 올바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편에 따른 영향과 보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이 1차의료기관과 필수진료 분야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동시에 의료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조원영 의협 보험이사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단순한 수가 조정 문제가 아니라 1차의료와 필수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검체검사는 단순히 검체를 채취해 수탁기관에 보내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환자 진찰과 검사 필요성 판단, 검체 채취, 결과 분석, 치료 방향 결정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의료행위라는 게 조 이사의 설명이다.
조 이사는 특히 정부의 개편안이 의료기관이 수행하는 전문적 역할과 비용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체검사 수가 조정 및 진찰료 인상 등을 통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손실 규모에 비해 보상 수준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위탁검사관리료 폐지와 검체검사 수가 조정이 시행될 경우 내과는 연간 2081억원, 산부인과는 1132억원, 비뇨의학과는 738억원, 일반과는 566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조 이사는 정부가 제시한 초·재진 진찰료 인상과 심층진찰료 확대만으로는 이 같은 손실을 충분히 보전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검체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진료에 반영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의료행위”라며 검사 결과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보상하는 ‘검체판단료(가칭)’ 신설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현행 위·수탁 검사비 배분 구조를 58대 42 이상으로 현실화하고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 이사는 일반과 의원들을 위한 ‘지역의료 활성수가’를 신설하는 한편, 심층진찰료를 '심층상담료'로 이름을 바꾸고 행정절차 및 본인 부담 최소화, 만성질환 환자를 진료 중인 가정의학과에 대한 보상 등을 촉구했다.
토론에 나선 의료계 관계자들도 정부 보상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현호 대한내과의사회 총무부회장은 검체검사 개편이 만성질환 관리와 1차의료 기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검사·상담 기능을 적절히 평가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원급 검체검사 시장 규모가 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수가 인하와 위탁관리료 폐지 등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재정 감소가 예상된다”며 “내과의 직접 손실 규모는 약 26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정부 보상안은 약 717억원 수준으로 손실 보전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체검사는 검사 시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해석하고 환자에게 설명·상담하는 과정까지 포함된 의료행위"라며 “검사 결과 판독과 상담에 대한 별도 '검사판단료' 신설과 만성질환 관리 보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층진찰료 중심의 보상 방안은 참여율을 10% 수준으로 전제하고 있어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가건강검진과 암검진을 의원급 중심으로 재편해 검진 이후 만성질환 관리와 사후관리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 부회장은 제안했다
김재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보험부회장도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이 분만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외래 중심의 1차 산부인과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제시한 초진 6%, 재진 4% 수준의 진찰료 인상으로는 검체검사 수가 조정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특히, 자궁경부암 검사(Pap smear)와 HPV 검사 등 산부인과 검체 채취는 일반 검체 채취와 달리 높은 숙련도와 추가 인력, 감염관리 비용이 요구되는데도 별도 보상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이에 질강 내 검체 채취료 신설, 외래 소수술 수가 현실화, 자궁경부 국소마취 행위 보상, 심층상담료 확대 등을 요구했다.
민승기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 역시 "의원급 비뇨의학과는 전체 매출의 약 25%가 검체검사, 25%가 초음파 검사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검체검사 수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현장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민 회장은 "10여 년 전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10~20%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비뇨의학과가 침체기를 벗어난 배경은 성매개감염(STD) PCR 검사와 초음파 검사의 급여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체검사 수가 인하뿐 아니라 향후 위수탁기관 간 배분 비율 조정까지 이뤄질 경우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민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상대가치 개편과 연계한 단계적 제도 개편이 필요하며, 검체관리료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검사 결과 해석과 임상적 판단에 대한 '검사판단료' 신설과 저평가된 진찰료·수술·처치 수가의 전반적인 보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이 1차 의료의 진단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좌 회장은 "검체검사는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수가 인하로 1차 의료기관의 검체검사 활용이 위축되면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상급병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검토 중인 심층상담료 등 진료과별 보상 방식에 대해 "1차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핀셋 보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 관리와 상담은 특정 진료과가 아닌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수행하는 업무"라며 "일부 진료과만 보상하거나 복잡한 기준을 적용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좌 회장은 지방과 도서·벽지 의료기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그는 "현재도 지방은 검체 수거가 어려운 곳이 많은데 수가 인하와 배분 구조 개편이 시행되면 지역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지역의료 활성화 수가 신설과 위수탁기관 간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검체검사 수가를 낮춰 다른 수가를 보전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반면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공인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의 목적이 환자 안전 확보와 검사 질 향상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비 약 110조원 가운데 검사 영역이 8조1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위수탁 검사는 약 2조8000억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며 "검체검사 활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속·정확한 검사와 환자 안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위탁관리료 재원 약 2400억원은 진찰료 등으로 이전됐으며, 검사료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역할을 구분해 보상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공 단장의 설명이다.
공 단장은 복지부가 의료계와 간담회를 통해 종별·진료과별 재정 영향을 분석하고 있으며, 내과의 경우 전체 위수탁 검사의 약 4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만성질환관리료와 심층진찰료 등을 통한 보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더불어 정부는 지방과 취약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공 단장은 "수도권과 달리 취약지역은 위수탁 운영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별도 보상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적정한 수가와 보상체계를 마련하면서 지역의료와 1차 의료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수가 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 방안을 반영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공 단장은 의료계가 제기한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의 뜻을 보였다. 그는 내과·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보상체계 개편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고 했다. 또한 제도 개편이 특정 진료과의 경영 악화나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