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간염 ‘회색지대’ 줄인다···HBV DNA 역가 중심 치료 권고
만성 B형간염 ‘회색지대’ 줄인다···HBV DNA 역가 중심 치료 권고
  • 손의식 기자
  • 승인 2026.06.17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 조기 치료 근거 제시
“간암 예방 효과 실제 진료로 이어지려면 급여기준 개선 필요”

만성 B형간염 진료 패러다임이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 중심에서 HBV DNA 역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최근 공개한 개정 진료 가이드라인은 기존 기준에서 치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까지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 권고 범위를 넓히면서 간암 예방을 위한 치료 전략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대표 최재연)는 1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2026 간염 아카데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대한간학회가 최근 발표한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의 임상적 의미를 공유하고,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간암 예방을 위한 조기 치료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서는 기존 치료 기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군의 질환 부담과 HBV DNA 역가 기반 치료 필요성,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한 과제가 다뤄졌다.

대한간학회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6’에서 공개된 개정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만성 B형간염 자연경과를 HBV DNA 역가 기반으로 새롭게 정립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HBV DNA, B형간염 e항원(HBeAg), ALT 수치를 함께 고려해 환자군을 분류했지만, 이 체계에서는 어느 단계에도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 ‘회색지대’ 또는 불확정기 환자군이 존재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만성 B형간염 자연경과를 고바이러스혈증, HBeAg 양성 중등도바이러스혈증, 저바이러스혈증, HBeAg 음성 중등도바이러스혈증 등 4단계로 구분했다. 기존 면역학적 자연경과 분류 체계에서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약 30~40%가 회색지대 또는 불확정기에 포함됐던 문제를 줄이고, 예후와 치료 적응증을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취지다.

치료 권고 범위도 확대됐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ALT 수치와 관계없이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 모두에게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권고한다. 고바이러스혈증 환자 중에서도 30세 이상, ALT 상승, 유의미한 간섬유화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치료를 권고한다. 저바이러스혈증 환자는 간경변증 여부에 따라 치료 또는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이날 첫 강연은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이 ‘국내 B형간염 질환 부담과 간암 예방을 위한 조기 치료의 필요성’을 주제로 진행했다.

임 이사장은 국내에서 만성 B형간염이 여전히 간암 발생과 사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간암은 현재 국내 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암종으로, 약 60%가 만성 B형간염과 관련돼 있다”며 “B형간염 환자의 간암 위험은 바이러스 증식 정도를 나타내는 HBV DNA 역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현재 국내 만성 B형간염 치료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HBV DNA 역가와 함께 ALT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 상승한 경우를 치료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B형간염 백신 도입 이후 전체 유병률이 감소했지만, 중장년층 환자군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질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ALT 수치뿐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 정도와 환자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 치료 근거로는 ATTENTION 연구가 제시됐다. 이 연구는 간경변증이 없고 HBV DNA 역가가 4~8 log10 IU/mL이며 ALT 수치가 유의하게 상승하지 않은 만성 B형간염 환자 734명을 대상으로 테노포비어 알라페나마이드(TAF) 치료군과 경과관찰군을 비교한 다국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다.

연구 결과, TAF 치료군은 간암, 비대상성 간기능 악화, 간이식 또는 사망을 포함한 중대한 간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을 경과관찰군 대비 79%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위험비는 0.21, p값은 0.027이었다.

임 이사장은 “ATTENTION 연구 결과는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 대한 조기 치료의 임상적 가치를 보여주는 근거”라며 “향후 진료지침과 치료 환경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료 확대에 따른 비용 문제도 언급됐다. 임 이사장은 “가이드라인 개정과 급여기준 확대가 재정 지출을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 간암 발생과 사망을 줄이는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치료 기준 확대 시 향후 15년간 간암 발생을 약 4만 3,000건 줄이고, 사망도 약 3만 7,000명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학회 간행위원회 간사 김기애 교수(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대한간학회 간행위원회 간사 김기애 교수(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두 번째 강연은 대한간학회 간행위원회 간사 김기애 교수(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가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의 주요 변화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진행했다.

김 교수는 이번 개정이 단순한 치료 대상 확대가 아니라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 기준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돼 온 ALT 수치만으로는 간질환 진행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HBV DNA 역가를 중심으로 환자 예후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약 3만 4,000명의 환자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불확정기 환자의 연간 간세포암 발생률이 0.32%, 간경변증 발생률이 0.67%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LT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간 조직검사에서 간섬유화나 간내 염증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어 ALT 중심 기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HBV DNA 역가 기반 분류의 근거로는 비치료군, 치료군, 조직검사 기반 연구가 제시됐다. 한국, 대만, 홍콩 환자 대상 연구와 다국가 코호트 연구에서 HBV DNA 역가가 중등도 수준일 때 간암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항바이러스제 선택 시 간암 예방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대사 질환, 신장 질환, 임신 준비 또는 임신, 과거 항바이러스 치료 경험 등 임상 상황에 따라 약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치료 적응증 확대는 단순히 치료 대상 환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질환 부담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새롭게 제시된 권고사항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치료 접근성 확대와 급여기준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