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모 치료 급여 논의, 지역·필수의료보다 앞설 수 있나
[기자수첩] 탈모 치료 급여 논의, 지역·필수의료보다 앞설 수 있나
  • 손의식 기자
  • 승인 2026.06.1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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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부국장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하반기 추진 과제로 올리면서 건강보험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책간담회에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내달 중 국민 공론화 절차를 거쳐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번 논의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기준과 우선순위를 묻는 사안이다. 현재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모든 탈모가 같은 방식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자가면역질환 등 병적 원인이 명확한 원형탈모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노화현상이나 자연발생적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돼 왔다. 현행 체계는 질환성 탈모와 노화·자연발생적 탈모를 구분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해 온 셈이다.

정책 쟁점은 탈모 환자의 어려움 인정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건강보험이 지금까지 유지해 온 급여 원칙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한정된 보험재정을 어떤 질환과 의료서비스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있다. 특히 청년층을 우선 대상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정책은 질병 보장성 확대와 청년 체감형 복지정책 사이에 놓이게 됐다.

의료계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관점에서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의료취약지 주민, 고령자, 장애인, 만성질환자의 의료접근성 문제부터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통해 방문진료, 퇴원환자 지원, 치매관리, 만성질환관리 등을 주요 서비스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방향과 비교하면 탈모 치료 급여화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핵심 과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급여 기준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의학적 필요성, 치료 효과,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등을 기준으로 급여 여부를 판단한다. 기존 체계에서 병적 탈모는 급여 대상이고 노화현상에 의한 탈모는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돼 왔다면, 자연발생적 탈모까지 급여를 확대하려면 기존 기준을 바꾸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 만을 등에 업고 탈모 급여화를 추진한다면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탈모 급여화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주장은 ‘탈모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중증질환 치료, 응급·분만·소아 진료, 방문진료, 지역 필수의료 보상 등 아직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있는 상황에서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확대의 우선 과제로 올리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관점에서 보면 탈모 급여화는 ‘필수의료 강화’라는 정부 정책 방향과 긴장 관계에 놓인다. 건강보험 재정이 청년 체감도가 높은 비필수 영역으로 먼저 확장될 경우, 의료취약지 주민·고령자·장애인·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일차의료 기반 확충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결국, 이번 논의의 본질은 탈모 치료제 급여화 여부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이 어디에 먼저 쓰여야 하는지에 있다. 탈모로 인한 사회적·심리적 부담은 정책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화는 체감도나 요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의학적 필요성, 치료 효과,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기존 급여 기준과의 정합성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

특히, 응급·분만·소아 진료, 중증질환 치료, 희귀질환 치료제, 방문진료, 지역 필수의료 보상 등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연발생적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확대의 우선 과제로 올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고, 한 영역에 재정을 투입하면 다른 영역의 투자는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론화 절차를 추진하더라도 논의의 출발점은 탈모 치료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 원칙과 재정 우선순위여야 한다. 청년층 지원이 필요하다면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적절한 방식인지, 별도 복지정책으로 설계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지역·필수·공공·일차의료 강화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탈모 급여화 논의가 앞서는 것은 건강보험의 역할과 우선 순위를 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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