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만으로 못 버텨” 낮은 보상에 의무직 지원 기피 심화
“사명감만으로 못 버텨” 낮은 보상에 의무직 지원 기피 심화
  • 손의식 기자
  • 승인 2026.06.16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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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행정적 젊은 의사 유입 끊기며 행정 경험 축적 난항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국민 생명, 정치·재정 논리로 볼 수 없어”
“보건행정직 의사 지원은 특혜 아닌 시민 생명 지키는 최소 조치”

의료계에서 의사의 정치권 진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보건행정 영역에서도 의사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정책은 입법과 예산 편성 단계뿐 아니라 시청·구청·보건소 등 행정조직을 통해 현장에서 집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소는 감염병 대응, 지역보건사업, 의료기관 인허가, 지도·점검, 행정처분 등 시민 건강과 의료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을 이해하는 의사가 보건행정 책임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의료계 안에서 제기돼 왔다.

서울시청 시민건강국에 따르면 서울은 현재 25개 자치구 보건소장을 모두 의무직 의사가 맡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체계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의사 보건소장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12월말 현재 전국 보건소장 중 의사 출신 보건소장 비율은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서는 보건소가 단순 행정기관이 아니라 의료기관 인허가와 행정처분을 담당하며, 무엇보다 당순 행정직이 아닌 주민의 건강을 맡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료적 전문성을 담보한 의사 보건소장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의사 보건소장으로 이어지는 중간 경로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의사가 의무과장으로 보건행정 경험을 쌓고, 이후 보건소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무과장 보직이 약무직이나 간호직 등 다른 직역으로 대체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의무직 공무원 사이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유입되지 않아 허리가 끊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보건소장은 아직 의사로 유지되고 있지만, 과장급 의사 인력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의사 보건소장을 안정적으로 배출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A 의무직 공무원은 “보건소장이 되려면 의료 전문성뿐 아니라 행정 경험도 필요하다. 의사가 구청이나 보건소 행정 경험 없이 보건소장 공모에 지원할 경우, 행정 경험을 쌓아온 다른 직렬과 비교해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의무과장 감소는 단순한 보직 축소가 아니라 향후 의사 보건소장 후보군이 줄어드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무직 의사 공무원 감소의 핵심 배경으로는 낮은 보상이 꼽힌다. 민간 의료기관과 비교해 공직 의사 보수 수준이 낮고, 보건소 의무직은 공무원 보수 체계 안에서 처우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 의무직 공무원은 “보건소장 보수는 4급 공무원 보수 체계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4급 최저 급여가 연봉 6000만원 수준이고, 보건소장은 그보다 일정 비율을 더 받는 구조지만 민간 의료기관과의 격차를 줄이기에는 부족하다”며 “사명감만으로 버티기는 더 이상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의사가 의무직으로 들어오려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시 산하 일부 의료기관은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해 더 높은 보상 기준을 적용할 수 있지만, 자치구 보건소 의무직은 자치구 인사위원회와 예산 기준에 영향을 받는다. 개별 자치구가 선례 없이 의무직 의사 보상을 대폭 높이기 어렵고, 공무원 보수 체계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처우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근무 여건도 의사 공직 진출을 어렵게 한다. 보건소장은 의료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행정체계 안에서 일해야 한다. 감염병 대응과 지역보건사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정책 방향, 구의회, 주민 요구,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업 평가 등 여러 행정적 요구를 함께 감당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낮은 보상과 높은 책임, 행정적 압박이 겹치면서 사명감만으로 의무직 의사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공직에 있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탈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국민 생명, 행정·재정 논리로 볼 수 없어…의사 전문성 필요”

“국가의 의무직 의사 지원은 특혜 아닌 국민 생명 지키는 최소 조치”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보건 행정에 의사 전문성이 반영되지 않으면 국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은 정치나 재정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만큼, 보건 행정에 의사의 전문성을 반영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주장이다.

황규석 회장은 “진료 의사와의 수입 격차가 벌어진 현상이 의사의 행정직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이유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의사가 아니면 행정직에 진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과거와 달리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사회적인 변화로 인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급속하게 행정직 지원이 떨어지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의사의 의무직 진출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사회의 변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입 차이로 인해 현재 행정직에 있는 의사들도 갈등하고 있는 당장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굳이 왜 보건직에서 의사에 대해 특혜를 줘야 하느냐’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하지만 보건직은 단순한 의료만이 아니라 의료의 특수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보건직은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료의 전문 영역이고, 의료의 전문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무직은 행정에 의료 전문성을 반영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직책이라는 것이 황 회장의 주장이다.

황 회장은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이 곧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행정의 시선으로, 또는 재정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국민의 생명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은 정치나 재정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인 만큼 타협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역설했다.

이어 “의사 전문성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고, 정부로서는 이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할 시기”라며 “서울시의사회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서울시청에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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