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험·재무 전문 부회장단 신설 및 학계·법률 자문위 대거 보강···140명 ‘매머드급’ 조직 개편
상대가치 개편 조준 “낮은 입원료, 낡은 제도 탓···‘4인실 입원료 인상’으로 확실한 보상 이뤄져야”
요양·정신·전문·재활 등 직능 단체 한목소리···“의뢰·회송 시너지 및 필수의료 지원책 현실화 촉구”
장기화된 의정갈등과 인력난, 고물가·고금리·고인건비라는 ‘삼중고’ 속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중소병원들이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정부의 ‘당당한 정책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직역과 직능을 초월한 ‘대통합’을 통해 벼랑 끝에 선 중소·지역병원의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유인상 대한중소병원협회(이하 중병협) 제16대 회장(인봉의료재단 영등포병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지난 6월10일 오후 5시30분 대한병원협회 13층 소회의실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병원이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려면 정부 정책에 끌려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정책적 협력자이자 파트너로서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선언했다.
■‘140명 매머드급’ 인적 네트워크 구축···패러다임 바꾸는 조직 개편
유인상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중병협의 정책 대응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 구성부터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기존의 명예회장이나 고문 중심의 조직 체계에서 벗어나 정책, 보험, 재무 등 분야별 전문 부회장단을 신설하고 각 직능 단체장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번 새 집행부는 의료법인, 요양병원, 정신병원, 재활병원, 아동병원 등 각 분야 대표를 비롯해 실무 능력이 뛰어난 젊은 원장들을 위원장으로 대거 발탁, 117명의 이사진을 포함해 총 140명 규모의 매머드급 조직으로 재편됐다.
아울러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현철 연세대 교수, 김윤석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법무·노무 자문위원단까지 초빙했다.
유 회장은 “회장 혼자서 이 엄중한 난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회원병원들이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시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짧은 임기 동안 몇 가지라도 현장의 당면 과제를 반드시 해결하는 ‘실행력 있는 협회’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상대가치 개편, 중소병원 보상 미흡···낡은 제도 손보고 4인실 입원료 올려야”
이날 유 회장은 최근 의료계 화두인 상대가치 개편과 관련해 중소병원의 보상 구조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검체·영상 수가 축소분을 고난도 수술과 처치 분야에 재분배하는 현 구조로는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중소병원의 입원료 체계를 주장했다.
유 회장은 “과거에는 시설이나 인력 기준으로 종별 차별을 두었지만, 지금은 종합병원과 병원급의 병실 수준이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과거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입원료를 흩뿌리는 식의 보상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중병협은 ‘4인실 입원료 집중 인상’을 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유 회장은 “4인실 입원료를 명확하게 올려주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준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적은 재정으로 확실한 보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질 평가 체계 역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분리하는 등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따로 가면 죽는다”···요양·정신·전문·재활 등 직능별 핵심 현안 공동 대응
간담회에는 각 직능을 대변하는 부회장단이 참석해 중병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소통과 결집을 통한 공동 대응을 다짐하며 분야별 핵심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김기주 기획부위원장은 최근 대두된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참여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국민 편익을 위해 가정용·간호 호스피스의 연계를 강조했다.
다만, 무분별한 기준 완화로 질 관리 실패 지적을 받기보다는 급성기 병원과 동일한 기준과 조건 하에 제대로 된 제도로 안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간병비 급여화 문제 등 핵심 현안에 중병협 차원의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오승준 부회장은 현재 정신병원이 응급 및 급성기 환자를 대거 치료하고 있음에도 시설·인력 기준은 과거 만성 환자 케어 기준에 묶여 있는 모순을 지적했다.
오 부회장은 “입원 초기 30일간 집중 면담과 치료가 가능하도록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오랜 난제인 의료급여 정액제를 초기 30일만이라도 행위별수가제로 전환해 환자 인권 보호와 응급 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성관 회원협력부회장은 대형병원 못지않은 필수의료 특화 강소병원임에도 의료전달체계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고 토로했다.
정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병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지원책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중병협을 통해 복지부, 심평원과의 상시 대화 채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인석 보험부회장은 2020년 본사업 이후 회복기 재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행 급여 대상군(상병 기준)이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했다.
서 부회장은 “60세 골절과 80세 골절은 상병이 같아도 재활 필요도가 완전히 다르다”며 “단순 질병명이 아닌 환자의 실제 ‘기능 회복 필요도’ 중심으로 기준을 개편해야 하며, 중소병원 간의 의뢰-회송 체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문술 총무부회장은 상급종합병원 대비 심각한 인력난과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양 부회장은 “의료계의 허리가 중소병원이라면서 다빈도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지역 병원들은 질 평가 등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며 “지역 취약지 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과감한 재정 투여와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