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추계, 해법과 장기적 관점 같이 논의해야
의사인력 추계, 해법과 장기적 관점 같이 논의해야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6.01.14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일 서울 대한의사협회 회관서 추계위 관련 세미나 열려
패널토의서 의사 근로시간 세분화·의협 역할 강화 등 논의

지난 13일 열린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공동기획 세미나에서, 의료계 인사들은 저마다 다른 입장을 표했다. 수급 추계 문제점 주장 방식부터 나아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 등, 진솔하고 예리한 발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 1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공동 기획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 △대한예방의학회(이사장 윤석준) △한국정책학회 보건의료융합정책특별위원회(위원장 주효진)가 공동으로 기획한 것이다.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 토의에는 발제자로 참여한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와 △신계균 한국정책학회 총무이사 △김형중 환자를 위한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 대표 △우경임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혜인 경향신문 기자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장 △ 정재훈 예방의학회 총무이사가 참여했다.

먼저, 신계균 총무이사는 “사실 정부가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좀 공식화하고 체계화하려는 방향 자체는 사실상 일정 부분 필요하다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의사 인력은 단기간에 증감시킬 수 없는 대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변수가 존재하고 있고, 또 교육이나 수련 그리고 면허 전문 과목 구조를 포함하는 어떤 하나의 복합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의료 수요와 공급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어떤 완벽한 정답을 산출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시나리오 기반으로 전망을 제시하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추계 결과가 정원 증원에 어떤 정당화 근거로 사용되는 순간 결정 지원이 아니라 결정 정당화로 기능하게 되며, 그때부터 사회적인 갈등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고 과학적 권위는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의사 부족 논쟁의 중점은 △공급 측면에서의 실제로 어떤 진료를 어떤 방도로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되는지에 대한 반영 부족 △수요 추계의 현실적 검증 약화 △장기적 시계열 사용으로 인한 구조 변화 과대 추정을 꼽았다.

신 총무이사는 “마지막으로 행정학자로서 거버넌스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추계는 과학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특히, 의사 인력 정책은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영역인 만큼 결과에 대한 수용성은 절차적인 정당성이 좌우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원 결정형 추계가 아닌 의료 체계 설계형 추계로의 전환을 위해 △단순 의사 수 중심에서 실제 노동량 중심으로 전환 △총량을 넘어선 계층 수급 체계 △전체 시나리오 비교모델 △필수의료 수가·사법 리스크 대책 구조 마련 △현장 데이터 인프라 중심 구성을 제언했다.

우경임 논설위원은 “각 연구원들이 일부 언급했다시피, 지난해 8월 출범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에는 형식상으로는 사실상 의료계 요구가 거의 반영됐다고 본다”는 견해를 표했다. 그는 “위원 15명 중 8명이 의사 출신이고, 왜 3분의 2가 의사가 아니냐고 따지기에는 나머지 의원들도 보건의료 전문가들이며 의료계가 강조했던 전문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보여진다”며 “최근 지난 의대 증원 과정에 대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고, 이로 인해 추계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시도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은 아예 남기지도 않으려는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위원회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정치적 결정도 과학적 추계가 아니지만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결정도 과학적 추계라는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즉, 의대 정원 증원을 주장하는 정부의 태도와 전문가적 방법론을 강조하는 의료계의 입장 모두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 논설위원은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파트너로서 의협의 위상을 다시 높이고, 의료계가 가진 지역별·분과별 인력 추계 도출을 거쳐 정확한 지역·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혜인 기자는 추계위의 결론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논의에 주어진 시간이나 일정이 촉박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변수를 정교하게 반영해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폭증하는 의료 공급량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초기부터 더 논의되지 못한 채로 보정심으로 넘어간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가령 예를 들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실손보험 개혁이나 주치의 제도 같이 의료 이용 통제하는 정책 변화까지도 고려가 돼야 하고, 앞으로 더 나올 것까지도 계산해서 그런 변수에 따라서 어떻게 되는지 좀 범위를 좁혔으면 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주어진 시간이나 인원 구성 같은 부분에서 초기의 제약 조건이 좀 컸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기자는 의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먼 미래의 결과를 지금 예측하는 것이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모두가 아는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어느 시기에 해야 하는지 의협이 먼저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추계 결과가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현실적인 기한을 고려해 재추계뿐만 아니라 새 대안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성존 대전협회장은 이날 모두발언 자리에서 “지난 2년간 우리 젊은 의사들은 정책이 일방적이고 폭압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젊은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 의사가 정말 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속도와 시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정부는 2027년 정원을 확정하겠다며 의료인력수급추계위와 보정심을 거쳐, 올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증원 규모를 못 박으려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의료 혁신이 아닌, 또 다른 정치적 기획이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다.

한 대전협회장은 “정권은 바뀌었을지 모르나, 정부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아직 교육과 수련 현장의 어수선함이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정해진 답을 밀어붙이는 것은 과거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 속담처럼 지금은 속도를 낼 때가 아니라, 2년 전을 되새기며 돌다리를 두들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재훈 예방의학회 총무이사는 “나는 오늘 굉장히 건설적인 발언도 많았고, 이제 여러 가지 비판과 조언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어떻게든 전문가들이 근거 기반으로 미래 인력 계획들을 해보겠다라는 시도를 했다는 거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무이사는 또한, 추계위의 회의록이 전체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들처럼 정책적 의사결정이 이슈에서 이루어지거나, 뒤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최소한 표면으로 나와 있었다라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우리의 정책적인 판단이라고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 도출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향 내지는 개인의 가치관에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양한 인적 자원의 구성이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원에 대한 한계들도 있었고, 방법론에 대한 어려움들도 있었다. 더불어 앞에서 많은 교수들이 언급했듯 만장일치 내지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지면 너무 좋겠지만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지속적으로 논쟁의 중점이 되고 있는 FTE에 대해서도 “공급추계에서의 FTE는 미래의 의사 인력이 얼마만큼 노동력을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적용하는 건데, 그럴 경우 중요한 가정이 몇 가지 등장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의사 인력이 고령화되며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고, 한국 사회 상 남녀의사의 투입 시간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더불어 “의협이 수많은 정책적인 판단의 순간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실제 우리가 하는 판단은 굉장히 양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정책적으로 준비할 것인가는 의협의 과제다”라고 짚었다. 그는 “의협이 앞으로 플랫폼 기반 의료가 들어올 때 이에 대해 어떤 선제적 자세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숫자를 내고 가정으로 값을 넣는 건 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마무리지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