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이름 알린 건 큰 성과지만, 의사노조를 확산시키지 못한 점은 아쉬워”
현 정부 보건의료 정책·간호사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의사 번아웃 문제 등 다양한 현안 다뤄
현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최대 문제로 ‘필수의료 붕괴’가 지적되며, 이를 막을 가장 확실한 해법으로 ‘의사노조화’가 제시됐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신구 회장은 인터뷰 내내 거듭 ‘의사노조’를 강조하며, 남은 임기 동안 의사노조 활성화 지원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제6대 회장으로 연임한 주신구 회장은 수년간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이끌어오며 가장 큰 성과로 “대한병원의사협의회라는 봉직의를 대표하는 단체의 이름을 의료계 내외로 알리고, 역량 있는 단체로 거듭나게 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의사노조를 더욱 빠르게 확산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주 회장은 “기본적으로 의사협회라는 조직은 투쟁에 적합하지 않은 조직”이라며 “앞으로도 지속될 의료계 투쟁을 위해서는 투쟁에 적합한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의사노조”라며 다시 한 번 의사노조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주신구 회장은 현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주 회장은 “우리나라 정부가 강제지정제 하에서 몇십년 전의 의료정책이 근간이 되고 있다”며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의료인력추계기구 설치 △붕괴된 기존 도제식 수련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수련 시스템 도입 △고의에 의하거나 중과실에 의한 의료사고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의료인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형사사법 시스템 정비 △의료비 절감만을 목표로 설계된 외국인 지불제도 시스템의 무분별한 도입을 막고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지불제도 개선안 마련 등을 계속 발표해 왔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의 ‘골막천자’를 포함한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주 회장은 “골막천자라는 매우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간호사도 할 수 있는 행위로 둔갑하게 된 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의료행위의 주체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의성이나 경제성이 아닌 환자의 안전과 행위에 대한 책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수, 봉직의 등 병원 의사들의 번아웃 문제와 병원 경영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병의협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움을 줄 예정이고, 궁극적으로는 각 단위 병원별 노조 결성이 최종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했다.
병의협은 또한 “병의협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은 특정 직역의 희생이 없이도 지속 가능하고, 국민이 안전한 의료 시스템”이라며 현재 이를 위해 △주기적인 봉직의 근무환경 실태 설문조사 △의사노조 결성 지원 사업 △닥터론 사업 △봉직의 보험공제 사업 △노무 및 법률 자문 △연 1회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 회장은 ‘협의회’와 ‘노조’가 해야 할 역할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협의회는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우선으로 하면서도,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 나가야 한다. 의사노조의 경우는 가장 먼저 노조원의 권익 보호가 가장 우선돼야 하고, 나아가 다른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정책적인 제안까지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료계의 절박한 주장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는 말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국민 소통을 위해서는 의사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 철저히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알아듣기 쉽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병의협은 자체적으로 10월 초 연휴 기간부터 여론조사를 기획했고, 현재 국내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 조만간 대국민 여론조사를 시행할 예정이고, 그 결과를 국회와 언론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마지막으로, 주 회장은 “의사가 의료라는 업무를 해 나가는 근로자이자 노동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의사노조에 많이 가입해주길 부탁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올바른 대안이 무엇인지를 탐구해서 알리는 병의협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며 “병의협은 앞으로도 봉직의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임을 약속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