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노조 출범···“당당하게 권리 주장하겠다”
전공의 노조 출범···“당당하게 권리 주장하겠다”
  • 박한재 기자
  • 승인 2025.09.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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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 개최
노동 시간 단축, 전공의법 신속 개정 등 촉구
정치권·의료계·노동계 적극 지지 표명과 당부 전해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 중앙선관위원장 선출 등 의결

과로사로 동료를 잃고도 침묵하는 것이 옳은가. 교육권과 인권이 박탈된 채 값싼 노동력으로 소모되는 것이 정당한가. 그것이 좋은 의사가 되고, 더 나은 의료를 만드는 길인가.

전공의에 대한 혹사와 인권 박탈을 대가로 유지되는 의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 속에서, 병원의 소모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들이 근로기준법·전공의특별법 조차 준수되지 않는 열악한 수련 환경에서 벗어나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무너지는 의료를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결의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위원장 유청준)은 14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 대강당(지하 1층)에서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을 갖고,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행사에는 유청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진들과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장 △최희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유청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전공의도 노동자라는 자각, 당연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처우 개선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환자 안전을 지키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출발점이자, 교육받을 권리를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더 나은 의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기원 부위원장은 설립 경과보고에 대해 “전공의의 권리를 보장하고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며, 사회와 연대해 미래 의료를 책임지는 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고 반드시 지켜내야 할 약속”이라며 “조합원의 권리를 지키는 울타리를 넘어 의료의 본질과 환자의 생명을 수호하는 강력한 사회적 울타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신고 센터 사례 적극 개입을 통한 현장 정상화 △주기적 실태 조사를 통한 현실 기록·공개 △전공의법 개정 신속 추진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및 의료를 통한 적극적인 사회공헌 등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전공의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근로 시간 단축과 최대 24시간 연속 근무 제한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임산부 전공의의 모성 보호 보장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벌금형으로 강화된 제재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리적인 노동 시간과 인당 적정 환자 수 확보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 안전 보장 △부당한 노동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 등 3대 목표와 이를 위한 8가지 요구안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72시간 수련 시범 사업 준수 및 확대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근로기준법 수준의 임신·출산 전공의 안전 보장 △방사선 피폭에 대한 대책 마련·준수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게시간 보장 △자유로운 연차·병가의 사용 보장 △전공의에 대한 폭언·폭행 근절 △신속한 전공의법 개정안 제정 등이다. 

전공의 노동조합의 출범에 정치권과 의료계, 노동계도 축사와 연대사를 통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먼저 이수진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는 노동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따라 병원 현장의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며 “전공의노동조합이 왜곡된 의료 현실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조합으로 더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이주영 의원은 “의사가 전문가로서 존중받는 이유는 환자에게 있어 최고의 전문가였기 때문”이라며 “노동자·조합원으로서 더 좋은 의료를 위해 일어났다면 그 원래의 취지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연대해야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내가 협상해야 하는 사측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우 회장은 “지난해 내려졌던 각종 행정명령과 부당한 겁박, 병원 현장에서 느꼈을 고통과 좌절이 노조 출범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과 과제가 있겠지만, 서로 격려해서 잘 이겨나가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환자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잘 만들어달라”며, 국회를 향해서도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전문가의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 중앙선관위원장 선출 등 의결

한편, 출범식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결산 심의에 관한 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출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이 외에도 보고안건으로 △의료계 현안 대응에 관한 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파견에 관한 건, 토의안건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대응 방안에 관한 건 등을 상정했다.

한성존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발대한 굉장히 뜻깊은 날”이라면서도 “전공의 다수가 수련 현장으로 복귀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병원 곳곳은 혼란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진료지원인력의 역할과 범위가 병원마다 제각각이고, 바쁜 진료에 밀려 수련의 본질보다는 업무 효율성이 우선시되고 있다”며 “미래 의사 인력을 제대로 길러내는 수련병원 본연의 역할이 충실히 수행될 때만이 대한민국 의료의 내일이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2018년 발생한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전공의였던 의사에게 6억5천만원의 배상 판결의 책임이 부과되고 형사 기소까지 이뤄진 것과 관련해서는 “현실은 여전히 많은 전공의가 절망과 두려움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근로 환경과, 치열한 수련 과정을 마쳤을 때 역량 있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라며 “젊은 의사들은 그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국민과 환자의 건강이 소외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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